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범야권 단일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어제 TV 토론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가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박 변호사에게서 명쾌한 해명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 후보는 “삼성과 론스타 등에서 착한 돈이 아닌 장물 같은 돈으로 후원금을 받아 시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박 의원도 “박 변호사는 한 손에 채찍을 들고 한 손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며 박 변호사의 시민단체가 재벌개혁을 외치면서 재벌의 후원금을 받은 행태를 비판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그제 “참여연대는 1990년대 말∼2004년 LG그룹의 계열사 부당 지원 및 그룹 계열분리 문제를 공격했는데, LG그룹과 GS그룹(2005년 LG에서 분리)은 2004∼2010년 20여억 원을 참여연대에 기부했고 참여연대는 2004년부터 LG에 대한 비난을 삼갔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사회공헌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이어야지 시민단체를 겁내거나 약점이 잡혀 내는 식이라면 선의(善意)의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 없다.
박 변호사는 “대기업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아름다운재단에 낸 후원금은 모두 공익사업과 자선사업에 썼고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며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의 사업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좌파 시민단체 지원(2010년 18억8960만 원·배분사업비의 28.3%)에 쓴 것은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 박 변호사는 재산 등 검증 자료를 제출하라는 민주당의 요구에 그제 “공개 안 된 게 있나. (공개되면) 굉장히 실망할 것이니 나중에 한 번 보라”고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시민단체들이 재벌이나 권력을 비판하는 잣대는 스스로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공정하다.
박 의원이 “(단일 후보가) 민주당의 지지를 받으려면 철학이 같아야 하는데 박 변호사의 철학을 밝혀 달라”고 요구하자 박 변호사는 “정책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즉답을 피했다. 박 변호사의 철학과 이념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만큼 두루뭉수리 넘어갈 일은 아니다.
어제 TV 토론은 박 변호사에게 초점이 맞춰져 다른 후보에 대한 검증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박 의원은 아들이 외국인학교에 다닌 것에 대해 그제 “아들이 (한국에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미국에서 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라 우리말이 서툴러 고민 끝에 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고 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글로벌 인재로 키우고 싶었다”고 했더라면 엄마들의 공감을 얻었을지 모른다. 박 변호사와 박 의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