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종훈]한-EU FTA 발효 100일을 맞으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4일 03시 00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7월 1일 발효된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10월 8일로 100일을 맞는다. 현 시점에서 한-EU FTA와 같이 우리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FTA의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할 수도 있으나 세계 최대의 경제권이자 5억 인구의 시장인 유럽연합과의 FTA 성적표는 주목할 만하다.

한-EU FTA 발효 이후인 7월과 8월 중 우리나라와 EU의 전체 교역은 10%가량 증가했다. 이는 올 들어 본격화된 EU 회원국들의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EU 측의 소비수요 위축 등으로 EU에 대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었음에도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등 한-EU FTA에 따른 특혜관세 혜택을 누리는 품목들의 대(對)EU 수출이 급증한 데 따른 결과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한-EU FTA 수혜 품목으로 꼽히는 승용차의 경우 7월과 8월 중 EU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1.7% 증가한 9억1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EU 수출 증가율과 품목별 수출금액 기준으로 모두 1위다. 특히 승용차 수출 급증과 함께 8월 중 우리 승용차의 EU 시장점유율이 5.9%를 기록했는데, 이는 1977년 우리 자동차가 유럽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월별 실적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물론 우리 기업들이 노력한 결과이지만 FTA로 인한 효과도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믿는다.

우리 기업의 실제 FTA 활용률도 평가의 잣대로서 빼놓을 수 없다. 한-EU FTA 발효 후 2개월간 우리 기업의 대EU 수출 시 FTA 활용률은 61%로 나타났다. 우리가 기존에 체결한 FTA의 경우 발효 1년차 활용률이 10% 내외임을 감안할 때 우리 기업들이 EU와의 FTA 발효 이전부터 철저히 준비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EU FTA의 효과는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앞으로 서서히 그리고 폭넓게 나타날 것이다. 실제로 한-EU FTA 발효 전후로 유럽 바이어들이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승에 주목하면서 중소기업 제품을 포함한 우리 제품의 주문을 확대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과 같은 경제 선진국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한 것은 우리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한껏 높여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하는 우리 상품의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한-EU FTA의 효과가 가시화하는 가운데 10월 12일 서울에서 한-EU 무역위원회가 개최된다. 작년 10월 한-EU FTA 협정문에 서명한 당사자인 필자와 카럴 드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공동의장으로 이번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한-EU 무역위원회는 한-EU FTA의 원활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간 협의체로서 협정 전반의 이행과 적용을 감독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그리고 이러한 임무 수행을 위해 무역위원회 산하에 분야별로 전문위원회와 작업반을 두고 있다.

정부는 제1차 한-EU 무역위원회에서 한-EU FTA의 성공적인 출범을 확인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부족한 점이 있으면 상호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럽과 미국을 연결하는 FTA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시점에서 이번 한-EU 무역위원회 개최가 우리 소비자와 기업들이 FTA를 보다 능동적이며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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