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세계에서 192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17.5%로 1위인 미국 애플(18.5%)을 1%포인트 차로 추격했다. 증시 분석가들은 이달 말쯤 윤곽을 드러낼 3분기 실적 집계에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 1위로 올라섰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을 앞서는 사태가 현실화하면 정보기술(IT) 업계를 비롯한 세계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절대 강자로 부상(浮上)한 뒤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기술력, 품질과 마케팅 능력에 바탕을 둔 ‘초고속 따라잡기 전략’으로 극복하면서 애플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삼성이 한국을 넘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1987년 77세로 타계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로부터 내려온 도전과 응전, 추격과 혁신의 조직문화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위암 폐암과 싸우면서도 철저한 사전 검토를 거쳐 1983년 73세의 고령으로 반도체산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뒤를 이어 삼성호(號)를 이끈 이건희 회장도 경영 혁신에 박차를 가해 삼성의 위상을 더 끌어올렸다. 이 회장이 1993년 ‘신(新)경영’을 선언한 뒤 삼성전자는 기존 관념을 깨는 발상과 혁신으로 반도체, MP3플레이어, 휴대전화, 지상파 DMB 수신기 분야에서 잇따라 ‘세계 최초’를 달성했다. 한국의 산업계에서 ‘제2, 제3의 이병철 이건희’가 많이 나오기를 대망(待望)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새로운 모델 기업’이라는 제목의 이달 1일 자 기사에서 “미국이나 일본 대기업을 보고 성장한 삼성이 이제 아시아의 GE로 부상하면서 많은 아시아 기업이 삼성을 새로운 기업 모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브랜드 컨설팅사 인터브랜드가 4일 발표한 ‘2011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 순위는 작년보다 두 계단 높아진 세계 17위로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삼성그룹 및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성공모델이 세계 곳곳에서 주목받으며 한국인의 자신감과 한국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크다.
삼성이 기존의 성공모델에 안주하고 긴장의 끈을 놓았다가는 치명적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다. 삼성이 선진기업 추격자에서 시장 선도자로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운 도약 모델과 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궤도에 올려놓아야 글로벌 일류기업의 위치를 지키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