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연욱]‘대한민국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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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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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주의의 원조로 불린다. 저서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을 통해 프랑스 혁명의 과격성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정당 정치의 모델이 된 영국 의회주의의 우월성을 역설했다. 버크는 휘그파 하원의원 시절 강단 있는 개혁주의자의 길을 걸었다. 왕실과 독립된 공무원 시스템을 만들어 수시로 왕권 강화를 노리던 조지 3세의 야심에 제동을 걸었고, 식민지 인도인들을 학대한 당시 벵골 총독 워런 헤이스팅스를 탄핵했다. 그는 보수주의의 가치가 의회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보수(補修)하는 데 있음을 보여줬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과 ‘386’ 출신의 최홍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대화체로 엮은 저서 ‘우파 재집권전략-대한민국을 부탁해’에서 위기에 내몰린 범우파 진영의 과감한 혁신을 주문했다. 우선 한나라당이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가치정당으로 변신할 것을 요구했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선 ‘징벌적 과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사실상 사문화한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등)를 전향적으로 폐지해 반공 권위주의의 굴레를 벗어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지지층인 우파 진영을 공고히 하면서 중도로 외연을 넓히자는 전략으로 보인다.

▷조국 서울대교수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지난해 공저 ‘진보집권플랜’을 출간했다. 이 책은 우파 정치인들이 외국어고 폐지, 반값 아파트 같은 의제들을 주도해 진보 세력의 정치적 상상력 빈곤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진보가 밥 먹여 주냐”는 우파 진영의 비판에 맞서 “진보는 밥 먹여줍니다”라고 분명히 답할 수 있어야 재집권이 가능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진보 진영이 취약한 성장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두 책이 제시한 처방은 서로 달랐지만 우파와 좌파 진영 내부의 뼈저린 쇄신을 촉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 의원과 최 이사는 책에서 범좌파 진영의 혁신도 주문했다. 집권을 준비한다면 대한민국의 성장전략을 준비하라고 제안했다. 성장전략이 없다면 국가운영 비전의 알맹이가 빠졌다는 이유였다. 아직도 민주화 시절 패러다임과 종북(從北)주의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몰락한 유럽 공산당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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