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지호 음주 토론’ 한나라당 정신 못 차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음주 방송 토론’으로 물의를 빚고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신 의원은 6일 밤 생중계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쟁점을 놓고 야권 인사들과 토론을 벌였다. 신 의원은 토론에 앞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여러 잔 마셔 ‘음주 토론’을 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는 “TV토론이 시작되기 3시간 전에 술자리를 떠났고 찬물로 샤워를 해 술에서 깼다”고 변명했다. 범좌파 연합의 박원순 후보를 상대로 당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사람으로서 기본을 망각한 태도다.

신 의원이 방송 토론에 출연한 날에는 마침 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이 열렸고, 이 자리에서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포함한 600여 명은 모처럼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신 의원의 ‘음주 토론’은 이런 당의 재기(再起)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의 처신은 한나라당이 여전히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의식이 부족하고 정치권의 변화와 각성을 요구하는 민심에 둔감하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그동안 TV토론은 물론이고 인터넷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논쟁에서 보수우파는 진보좌파에 대체로 열세를 보였다. 좌파는 복잡한 정치 이슈들을 감성적으로 단순화하고, 감각적 조어(造語)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반대세력에 낙인을 찍어 여론을 장악하는 데 능하다. 반면에 우파의 견해는 논리적 설명을 필요로 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성적 판단이 따르도록 해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우파는 토론에서 실증적인 논거(論據)를 제시하기 위한 탄탄한 준비가 필수다.

신 의원은 좌파 학생운동권에서 전향한 우파 논객 가운데 한 명이다. TV토론은 신 의원이 나 후보의 정책을 제대로 알리고 상대 후보의 문제를 짚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 토론에 나가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전날부터는 술을 마시지 않고 열심히 준비했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4년 만에 선거 지원에 나서기로 해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다소 나아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위기는 계파 단합 정도로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 간단치 않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위기 탈출의 계기를 잡느냐 못 잡느냐를 놓고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한나라당은 천막당사 시절보다 더 낮은 자세로 환골탈태해야 작은 희망이라도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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