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시간강사다. 수도권의 4년제와 2년제 대학 5곳에서 일주일에 22시간 강의한다. 10년째 같은 일을 한다. 한 달 수입은 180만 원 정도다. 맞벌이를 하는 덕에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강의가 언제 끊길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B 씨는 지난 학기까지 서울과 강원의 대학에서 강의했다. 이번 학기부터는 중단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강의수입은 출퇴근에 들어가는 자동차 기름값으로 쓰면 딱 맞는 수준이었다. 그는 “교수의 꿈을 펼치고 싶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10월 ‘시간강사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1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다. 강사들은 “시간당 강의료 몇천 원 오른 게 전부”라고 입을 모았다.
대책의 핵심은 고등교육법 등을 개정해 시간강사 대신에 ‘강사’라는 명칭을 신설해서 교원의 범주에 넣자는 것이었다. 학기가 아니라 최소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이 기간에는 함부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올 4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처우개선 효과가 없다”는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고 있다. 지방의 사립대 시간강사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자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나왔던 대책이지만 당정이 모두 손을 놓은 셈이다.
현실화한다던 강의료는 ‘찔끔’ 오른 정도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국립대의 경우는 지난해 시간당 4만2500원에서 올해 6만 원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사립대는 1000∼50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예를 들어 연세대는 지난해 9만5000원에서 9만6000원으로, 성균관대는 5만6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올렸다. 중앙대는 4만5000원에서 5만 원이 됐다.
시간강사는 전국적으로 7만7000명에 이른다. 전체 대학 강의의 3분의 1 이상을 담당하는 고등교육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요구하는 급여, 시간표에 맞추지 못하면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
하루하루 불안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학문을 가르친다, 고등교육을 담당한다는 자부심이 생길 수 있을까. 어느 시간강사는 “전임 교원을 대하는 태도와 확연히 다른 학생들을 대할 때마다 비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원 지위 인정 등 선언적인 대책보다는 평균 70%에 불과한 전임 교원 확보율을 높이도록 대학을 압박해 시간강사를 줄이고,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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