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자 본 난에 ‘중학생 엄마는 괴로워’라는 제목의 칼럼이 게재된 뒤 지인들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 e메일을 적잖이 받았다. 당시 글은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고충을 소개한 것. ‘바로 우리 애 얘기’라는 하소연이 많았다.
일정 나이가 되면 사적인 모임에서 화제의 1순위는 단연 아이들 키우는 얘기다. 주제는 대체로 성적이나 진학이다. 어느 집 아이가 올해 외국어고에 입학했다느니 어느 선배 아들이 의대에 갔다느니 등. 하지만 어떤 부모에게는 한가한 소리다. 아이가 말썽이나 피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숨 쉬는 사람이 자리마다 한둘은 있다. 그래서 남의 아이에 대해 시시콜콜 묻는 것은 모임에서 금기 가운데 하나다.
요즘 아이들의 미래는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학부모나 교사들에 따르면 남학생이 좀 더 심하다고 한다. 사춘기야 남녀 공통이지만 남자 아이들이 좀 더 격렬한 건 사실이다. 호르몬 때문일 것이다. 반항, 폭력성, 게임이나 이성에 대한 몰입….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유혹에 더 약하고 깊이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딸 키우기가 더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래도 딸은 엄마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본인도 옛날에 다 겪어 봤으니까. 실제로 몸집이 큰 아들이 거칠게 반항하면 대부분의 엄마가 공포심을 느낀단다. 어떤 엄마는 컴퓨터게임 그만하라고 잔소리했더니 아들이 모니터를 내던지고 방문을 잠가버려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럴 때 엄마들은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빠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나. 이미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다. 많은 가정에서 자녀에게 아빠는 방임하고, 엄마는 지나친 집착을 보인다. 아이 교육에는 둘 다 치명적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어리바리한 남자 아이들은 학교생활에서도 여학생들에게 치인다. 경기 B중학교 송모 교사는 “과제 수행하는 것만 봐도 여학생들이 훨씬 야무지다”며 “남자애들은 엄마 손이 더 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마다 1등은 대체로 여자아이 몫이다. 남학생 엄마에게 남녀공학 중학교는 기피 대상이다.
이렇게 어렵사리 키워 놓으면 뭐 하나. 인터넷에는 장성한 아들을 둔 엄마들의 비애를 풍자한 유머가 수없이 떠다닌다.
‘아들이 사춘기가 되면 남남, 군대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이 된다’,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그래도 아들은 아빠 역할이 중요하다. 중학생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를 두들겨 패서 불려갔던 한 선배의 얘기다. 교무실에서 아들 얼굴을 대하니 손이 떨리고 말이 안 나오더란다. 하지만 이 사건이 아이와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됐다. 요즘은 함께 운동도 하고 쇼핑도 다닐 정도로 ‘친해졌다’고 자랑한다. 결국 사랑으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자녀를 공부 기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다. 공부는 과정이고 수단일 뿐이다. 아이가 행복하려면 부모도 공부해야 된다. 모르면 전문가에게 물어서라도 배워야 한다. 무작정 화부터 내고 몰아붙이면 아이는 막다른 길로 몰린다.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다려 주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단호할 때는 단호하되 아니꼬워도 맞춰주는 전술도 필요하다. 이래저래 부모 노릇 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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