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연욱]중국 위협론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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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19시 55분


정연욱 논설위원
정연욱 논설위원
미국 하와이에 위치한 태평양사령부(PACOM)의 작전지역은 지구 전체 면적의 51%를 차지한다. 태평양 연안에서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가는 36개국을 헤아리고, 이 지역을 오가는 교역량은 연간 수조 달러에 이른다. 태평양사령부는 미국 해양 전력(戰力)의 몸통인 셈이다.

지난주 미 태평양사령부 안보포럼에서 만난 미군 관계자들은 중국 해군의 부상에 특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중국 항공모함 바랴크의 출현이 아시아태평양 해양질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바랴크의 첫 시험 항해를 모니터한 결과 놀라운 수준은 아니었다”고 하면서도 “중국이 앞으로 이 지역의 항행 자유를 막아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놓고 동남아 각국과 마찰을 빚고 있고, 동중국해에선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놓고 신경전을 계속하고 있다. 미 태평양사령부 관계자들은 중국 군사력의 확대 움직임이 당장은 위협적이지 않지만 앞으로 이 지역 해양질서를 뒤흔드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일본과 필리핀 등 인근 국가들은 대외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기민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안보포럼에서 만난 미국 인사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베트남을 거론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을 끝낸 이후 더는 전쟁이 없을 것으로 보고 군사 현대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2, 3년 동안 이 같은 정책을 완전히 바꿨다. 한때 전투기와 잠수함을 구매하고 한때 싸웠던 미국한테서 연안 레이더 장비 등도 사갔다. 이 모든 것이 중국 때문이다.”

하와이대 동서문화센터에서 일하는 레이먼드 버가트는 안보포럼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중국 위협론은 가공이 아니라 실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주재 미국 부대사(1990∼1993년)와 베트남 주재 대사(2001∼2004년) 등을 지낸 노련한 외교관 출신이다.

“중국의 해상전력 강화는 단순히 해상통로 보호에만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태평양 서부권의 우선권(제해권)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목표 설정은 새로운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고, 중국은 미국이 아시아에서 떠나지 않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

정치·경제·안보 분야의 세계적 싱크탱크이자 미래예측 기관인 스트랫포(STRATFOR)의 조지 프리드먼 대표는 최근 저서 ‘넥스트 디케이드(앞으로 올 십 년)’에서 “중국과 일본은 여전히 미국을 필요로 할 것이고 미국은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한 선택폭을 넓히기 위해 한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는 새로운 해상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바랴크 등장으로 상징되는 해양질서 변화 조짐은 서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마주한 우리에게도 사활이 걸리다시피 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일본의 영토 분쟁으로 번질 소지가 있는 도화선이 곳곳에 깔려 있다. 중국의 해군력 강화 움직임은 어떤 형식으로든 이 지역의 불안정성을 키우겠지만 우리로서는 중국의 현실적 영향력을 외면할 수 없다. 아태 지역에서 급속히 떠오르고 있는 중국 위협론을 보다 냉철하고 치밀하게 들여다보며 대응 카드를 찾아야 할 때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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