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FTA 협상, 한중일 연계 틀에서 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0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어제 정상회담에서 2004년 11월 이후 중단된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의 교섭 재개를 위한 실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일 FTA 협상은 2003년 시작됐으나 1년여 만에 중단됐다. 일본은 최근 수년간 협상 재개를 꾸준히 요청했고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자 적극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다.

한일 FTA가 성공하려면 양국 산업계가 피해의식을 갖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은 제조업시장 개방을 우려하고 일본은 농산물 개방을 두려워한다. 양국이 개방을 전제로 다양한 협력 모델을 만들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한일 FTA 협상이 이번에 재개된 뒤 다시 중단된다면 양국 간 경제관계가 더 꼬일 것이므로 수년간 변화된 경제 환경을 서로 면밀히 종합 검토한 다음에 협상을 재개해야 할 것이다.

한일 FTA는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한중 FTA와 연계해 큰 틀에서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 한중일 3국의 세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1980년 12.1%에서 2009년 20.5%로 커졌다. 유럽연합(EU), 미국과 비슷한 규모다. 3국의 제조업 교역 비중은 EU보다는 작지만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합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보다 크다. 그런데도 2009년 현재 3국 간의 교역이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EU(66%), NAFTA(39%)보다 훨씬 작다. 한중일 FTA가 성사되면 3국 간 역내교역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한중일 FTA에 따른 경제효과는 한국이 가장 클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한중일 FTA는 장차 동아시아 FTA(EAFTA)로 확대될 수 있다. 한중일 세 나라는 이미 동아시아 여러 나라와 FTA를 맺고 있어 경제통합의 가능성이 있다. 동아시아 단일시장은 2020년까지 미국과 EU를 제치고 세계 최대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장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예상돼 장래는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는 EU 미국 인도 등 거대시장과 FTA를 맺은 ‘FTA 선도국’으로서 한중일 FTA 추진에서도 주도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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