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대회복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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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만약 당신이 196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연좌시위와 우드스톡(록 페스티벌) 현상만 보고 미국을 판단하려 했다면 당시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왜곡된 그림을 갖게 됐을 것이다. 리처드 닉슨이 1972년에 청년층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공화당이 이후 5번의 대통령선거 중 4개 선거에서 민주당을 꺾고 승리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오늘날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월가 점령시위나 티파티 운동만 쳐다본다면 미국의 참모습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 대부분의 미국민은 이를 알고 있는 듯하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은 월가 점령시위보다 아프가니스탄전쟁, 어맨다 녹스(최근 이탈리아 법원의 무죄 판결로 살인혐의를 벗은 미국 여대생), 2012년 대선,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망 등 다른 주제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경제에 대한 관심은 월가 시위에 대한 관심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높다.

(언론의) 카메라는 이색적인 비주류들에 주목하고 있지만 미국민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가치관을 고치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분노와 비관주의에서 비롯됐다. 미국민의 70%는 미국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미래에 대해 비관적일 때 아기를 적게 갖게 된다. 확실히 미국도 출생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이는 국립건강통계센터의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미래를 겁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미국민들은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경제시스템과 관련한 도덕적 규범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첫 번째는 버는 것 이상으로 쓰지 않아야 한다는 자각이다. 지난 수십 년간 부채 증가를 경험한 미국민은 이제 과도한 부채를 안고 사는 문화에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 4분의 3은 빚이 없었다면 형편이 지금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얼마 전까지도 대다수 국민은 빚을 소비와 즐거움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인식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혹과 장애물로 여긴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든 불가피한 것이든 실제로 800만 명의 국민은 은행 신용카드 사용을 중단했다. 평균적인 신용카드 대금 액수도 2010년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은행 가계 기업 모두 부채 규모를 줄이고 있다.

두 번째, 미국민들이 회복하려는 규범은 노력과 이에 따른 대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칙을 어겼음에도 여전히 보상받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구제금융은 노력과 대가의 관계를 희미하게 만들었다. 대다수 사람은 생산해낸 것과 비례해 대가를 얻기를 원한다. 은행 구제금융은 부당한 보상을 해줬다는 인식 때문에 지지를 받지 못한다. 미 자동차회사에 대한 구제금융 역시 성공했지만 시장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보상받았다는 점 때문에 직접적인 수혜지역인 중서부 지역에서조차 인기가 없다.

세 번째 규범은 충성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유롭게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지금은 젊은이들조차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 같은 가치관의 회복은 미국민이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음을 뜻한다. 많은 경제학자는 소비 감소가 단기적으로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의 61%는 소비 감소가 저축 증가로 이어져 경제에 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1820년대에 오늘날과 비슷한 가치관 회복을 경험했다. 당시 사람들은 국가가 너무 연약하고 부패했다고 생각했다. 그때도 사람들은 조용하게 균형을 찾는 노력을 기울였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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