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보다 앞서 ‘동성애 허용’ 학생인권조례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가 ‘동성애 허용’을 추가한 학생인권조례 수정안을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지난달 7일 공개된 학생인권조례 초안에는 학생들의 집회자유 보장, 두발·복장 자율화 등이 포함됐다. 수정안은 여기에 ‘성적(性的) 지향(指向)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까지 새로 넣은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금기(禁忌)에 가깝다. 사회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사안을 학교에서 먼저 성급하게 허용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해 사교육이 범람하고 학부모들은 교육비 때문에 행복권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이 심혈을 기울여야 할 최우선 과제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정상화하는 일이다. 교사들의 교육능력과 책임의식 제고가 절실하다. 교육청은 이 같은 화급한 과제를 풀기 위해 온 힘을 다 써도 모자랄 판에 학생인권조례로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키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인권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초중고교생은 아직 자기 책임 아래 모든 판단을 할 만큼 성숙되지 않았다.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권을 19세 미만에게는 부여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초기에 ‘오빠(동방신기)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죽으면 어떡하느냐’며 시위장에 몰려든 것도 학생들의 판단력 수준을 보여준다.

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은 그 경위와 내용 모두에서 의도의 불순성과 결과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집회자유 보장이란 이름으로 학교를 정치의 장(場)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동성애까지 허용한다면 학교 기강과 분위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두발·복장 자율화는 교사들의 생활지도 수단을 빼앗을뿐더러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늘릴 것이다.

자문위 수정안에서는 ‘학생 인권은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학생이 제정·개정에 참여한 학칙 등 학교 규정으로써 제한할 수 있다’(3조 3항)는 조항이 삭제됐다. 집회 허용, 두발·복장 자율화, 동성애 허용 등이 부작용을 초래할 경우 학교 측이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없애 버린 것이다. 수정안이 이대로 서울시의회에 제출될 경우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임승빈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전문 교육관료다운 현실 판단과 책임감으로 조례안 자체를 폐기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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