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안철수연구소 ‘정치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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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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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특정 이슈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을 ‘테마주(株)’라고 부른다. 기업 실적은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날씨 유행 등 여러 변수가 테마가 될 수 있다. 객관적으로는 이해가 안 될 만큼 주가가 폭등했다가 거품이 무너져 급락하는 일도 적지 않다. ‘작전세력’이 테마를 구실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챙겨 빠져나가면 뒤늦게 뛰어든 일반 투자자가 피해를 보기도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주주인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24일 상장(上場) 이후 최고가인 10만 원에 거래를 마쳐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의 주당 액면가는 500원이므로 액면가의 200배에 이른다. 액면가 5000원인 삼성전자의 이날 종가(終價)는 94만1000원이었다. 보안솔루션업체인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보다 사실상 높았던 셈이다. 어제 안철수연구소 종가는 하한가까지 급락한 8만5000원, 삼성전자는 소폭 오른 94만5000원으로 하루 만에 역전됐다.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이 전해진 9월 초부터 폭등했다. 9월 1일 종가가 3만465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2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37.1%의 주식을 가진 그의 보유 지분 평가액도 올해 초 718억 원에서 이달 25일 3162억 원으로 늘었다. 안철수연구소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는 좋았지만 안 원장의 정치적 행보 영향으로 ‘정치 테마주’로 떠오른 것이 비정상적 주가 급등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거래소는 21일 이 회사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25일에는 수위가 더 높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분석가들은 특정 주식의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를 넘으면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한다. 최근 안철수연구소의 PER가 60배 안팎으로 높아진 것은 ‘정치 주가’ 성격이 상당히 짙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부 작전세력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반투자자들은 객관적 실적을 바탕으로 냉철한 투자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테마주 분위기에 편승해 턱없이 높은 가격에 주식을 샀다가는 나중에 ‘상투’를 잡고 후회할 수도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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