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신분열병학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추진해 온 정신분열병 병명 개정안이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조현병’으로 공식 명칭이 바뀌게 됐다. 새로운 병명의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뜻으로 병으로 인한 정신의 부조화를 치료를 통해 조화롭게 하면 현악기가 좋은 소리를 내듯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정신분열병이 뇌신경망의 이상에서 발병한다는 점에서 뇌신경망이 느슨하거나 단단하지 않고 적절하게 조율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그동안 병명이 주던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는 조현병으로의 병명 개정이 편견을 해소하고 환자들에게 삶을 되찾아 주는 일의 작은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정신과 질환에 대해 편견이 있지만 특히 정신분열병에 대한 편견은 환자를 소외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치료에 영향을 미쳐 환자의 삶 전체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편견의 폐해가 심각하다.
조현병은 한번 발병하면 영구적으로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다는 일반적 편견과 달리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다. 굳이 노벨상을 수상한 수학자 존 내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치료를 하다 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 자격증 시험을 통과하는 등 일반인도 쉽지 않은 성취를 이루는 환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조현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재발할수록 뇌는 점점 망가지면서 치료가 어려워진다. 재발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약물 복용이다. 고혈압이나 당뇨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꾸준히 약물을 복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현병은 약 복용을 중단할 경우 치료 결과가 좋아 퇴원했던 환자도 1년 이내에 70% 이상 재발한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다른 병들도 오랜 기간 약을 먹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특히 정신질환은 병에 대한 편견이 약 복용을 방해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최근에는 주사 한 번 맞으면 약효가 한 달씩 지속되는 약처럼 제형 혁신을 통해 환자의 재발을 막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등 새로운 약이 개발돼 시장에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 결과 치료 결과에 대한 환자들의 기대치도 높아졌고 의사들의 치료 목표도 변하고 있다.
이제는 조현병 환자가 가족의 희생과 사회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격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복귀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편견 없이 도와야 하는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편견 해소를 위한 노력과 함께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조현병 환자를 격리 중심으로 관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정신과 폐쇄병동이 증가하고, 재발을 막는 치료 약물과 적극적인 치료를 단기 비용 증가를 우려해 억제하는, 정신질환 관리에서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나라다. 최근 필자를 비롯한 몇몇 연구자가 정신분열병 치료의 비용 효율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재발환자 치료비가 안정기 환자의 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환자를 입원 중심으로 치료하는 것보다 재발을 막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환자의 치료 예후를 위해서도 좋지만 비용도 적게 든다.
병명을 바꾼다고 해도 이미 알려진 편견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치료 환경과 그 결과의 변화가 없는 한 병명 개정만으로 사회 인식의 획기적인 변화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번 병명 개정을 계기로 정부에 환자의 재발을 방지하고 사회 복귀를 돕는 방향으로의 정신질환 정책 변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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