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해체 각오로 거듭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야권 통합과 젊은 세대의 바람에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지원 등에 힘입어 선거 초반 20% 정도 뒤진 상황을 접전으로 끌어올리긴 했지만 집권세력에 등을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접전이 예상됐던 부산 동구청장 등 영남권과 충남·북 강원 일부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긴 했지만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나라당은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 ‘무상 시리즈’의 좌파정책 베끼기에 급급했지만 삶이 고달픈 서민은 한나라당을 돌아보지 않았다. 청와대는 내곡동 사저 논란으로 한나라당에 악재를 안겨줬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민심의 저류를 읽지 못하는 동맥경화에 걸려 있는데도 그동안 자각 증상이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친이, 친박 갈등의 골을 급하게 메웠지만 진정한 융합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공당(公黨)이라기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이익단체의 한심한 행태로 국민에게 비쳤다.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데도 내년 총선의 공천권을 놓고 계파 알력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뼈를 깎는 근본적 변화 없이 땜질식 처방에 그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나라당은 2004년 천막당사 정신을 되살려 국민과 호흡을 함께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변화의 열쇠는 사람이다. 당의 폐쇄적 빗장을 걷어내고 참신하고 건강한 인사들을 영입해야 할 것이다. 조만간 총선기획단을 가동하겠지만 인재 영입이 당 쇄신의 시작이요, 끝이다. 국민에게 호소력 있는 현장 밀착형 정책을 개발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당을 완전히 해체해서 새로 창당한다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실패는 예약된 것이나 다름없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20∼40대 유권자는 한나라당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견인차였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 재집권을 노리는 정당이 20∼40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내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가 밀었던 나 후보가 패배함에 따라 박근혜 대세론도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박 전 대표 측은 대세론에 기댈 생각을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자세로 국민과 더 많이 소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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