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희각]예전 사건까지 묶어 ‘거대 조폭’으로 발표한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윤희각 사회부
윤희각 사회부
26일 오후 부산지방경찰청 브리핑룸. 조직폭력배(조폭) 담당 부서에서 조폭 검거 관련 보도자료를 내놨다. 운영권 갈취 목적으로 호텔을 점거하고 호텔 수돗물 공급을 끊은 조폭부터 불법 오락실 운영, 숙박비 갈취, 주점에서 동네 폭력배를 집단 폭행한 조폭 등 34명을 붙잡았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파악해 관리 대상에 올려놓은 조직원만 무려 53명인 부산 최대의 폭력조직 칠성파 조직원도 있었다. 신온천칠성파, 광안칠성파 등 칠성파 중간 보스가 분가해 만든 폭력조직 소속 폭력배도 여러 명 포함됐다. 인천 조폭 난투극을 두고 25일 조현오 경찰청장이 “총을 사용해서라도 뿌리 뽑겠다”며 조폭과 전쟁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부산경찰이 성과를 낸 것이다.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조 청장이 “부산경찰청 등에선 조폭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칭찬이 무색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니 조폭 34명을 한꺼번에 잡은 게 아니었다. 조폭 15명이 부산 남구 모 대학 내 호텔을 점거한 뒤 객실로 통하는 수돗물 밸브를 잠근 사건은 5, 6월에 발생했다. 검찰 송치 시점은 지난달 초였다. 문신을 보여주며 모텔 업주를 협박해 숙박비를 갈취한 것도 지난달 초 검찰에 넘긴 사안. 폭력배 4명이 6월 부산 모 주점에서 동네 폭력배를 소화기로 집단 폭행한 사건도 이미 지난달 초 송치했다. 불법오락실 두 곳을 9개월간 운영해 부당이득 5억 원을 챙긴 피의자 10명에 대한 사건도 6월부터 일주일 전까지 차례로 검찰에 보냈다. 실적을 한데 몰아 과대 포장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검거 인원도 명확하지 않았다. 경찰은 “호텔 점거 피의자 15명 가운데 관리대상 조직인 광안칠성파 조직원 1명이 있고, 나머지 14명은 칠성파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추정’된다”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나머지 사건에 연루된 조폭 역시 부산경찰청 관리 대상 조폭 397명에 포함된 인원은 7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칠성파나 영도파 등을 추종하는 세력이었다. 검거했다는 34명 가운데엔 아예 형사 입건된 적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부산 조폭의 실상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4가지 사건 가운데 3건이 칠성파와 관련돼 있어 여러 사건을 한데 묶어 발표했다”는 게 경찰 측 해명이다.

인천 조폭 유혈 난투극에서는 경찰 지휘부로 향한 축소 및 허위 보고가 문제였다. 반면 부산경찰청이 발표한 조폭 검거 자료는 ‘짜깁기’를 통한 ‘치적 부풀리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윤희각 사회부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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