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11월부터 초등학교 5, 6학년생에게 무상급식 비용을 지원하는 예산 집행안에 서명하는 것으로 어제 첫 업무를 시작했다. 박 시장은 내년에는 중학교 1학년까지, 2014년에는 중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런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으니 무작정 못하게 말릴 수는 없지만 계산기를 엄밀하게 두드려볼 필요가 있다. 서울지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에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면 연간 4000억 원이 넘는 돈이 소요된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각 구청이 공동 부담한다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 서울시 예산에서 지급되는 돈이다. 매년 이 돈을 급식비로 쓰다 보면 교육시설 개선이나 공교육의 질 향상 등 교육적으로 더 필요한 용도에 쓰일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이 서민 주거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임대주택 8만 채(기존 계획 6만 채 포함) 건설에는 최소 3조 원이 필요하다. 2013년부터 시행하려는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정책에는 첫해에만 207억 원이 든다. 서울시 및 산하기관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3800명의 정규직 전환에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박 시장은 2년 6개월간의 재임 기간에 10가지 프로젝트, 60여 가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많은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꼼꼼하게 세워놓았는지 의문이다.
서울시 1년 예산은 약 20조 원이다. 박 시장은 복지예산을 매년 3%씩 늘려 전체 예산의 30%까지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20조 원 가운데 행정운영과 재무활동 비용을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정책사업비는 15조여 원이다. 결국 정책사업비의 40%를 복지비로 쓰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박 시장은 현재 약 25조 원인 서울시 부채 가운데 7조 원을 감축하겠다고 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벌여온 ‘전시성 토건사업’을 재검토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게 박 시장 측의 구상이지만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박 시장은 이제 시민운동가가 아니다. 서울시장이 쓰는 돈은 기부금이 아니라 시민이 내는 세금에서 나온다. 한정돼 있는 재원에서 한 푼을 쓰더라도 서울 시민 전체를 바라보며 우선순위와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 박 시장은 세금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서울시 살림의 허리끈을 마구잡이로 풀다 보면 서울시가 쪽박을 찰 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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