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전자업체들은 “별로 놀랄 일도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토종 OS 개발은 애초에 우리와 상의도 없이 처음부터 정부 혼자 생각한 ‘정부만의 계획’이었다”며 “애초부터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업이 나서 정부를 비판할 수 없어 가만히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실을 너무 모르고 마음만 앞섰던 것 같다”며 “시장 돌아가는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정부 주도의 OS 개발’ 같은 얘기는 안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한국만의 토종 개방형 OS를 만들겠다는 지경부의 아이디어는 8월 22일 지경부 간부진과 기자단의 오찬 자리에서 갑자기 나왔다. 지경부 측은 “OS는 결국 개방형으로 가야 하는데 구글 안드로이드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 정부 차원에서 민간업체와 함께 OS 개발을 하려는 것”이라며 “하반기 정부 계획에 다 들어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시 당사자인 전자업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정부와의 공동 OS 개발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는 설명이었다. 전자업체들의 반응을 전하자 지경부 측은 “(이제부터) 기업들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업자’도 모르는 사업을 언론에 먼저 얘기한 셈이었다.
혁신적 발상과 스피드가 핵심인 소프트웨어 산업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애초에 현실성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9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독일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1’에서 “정부 얘기만 믿고 사업하면 ‘쪽박’ 찬다는 말도 나온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야심 찬 토종 OS 개발 사업은 결국 두 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지경부는 “그런 게 필요하지 않겠냐 생각해서 검토했던 것인데 업체들에 물어보니 이미 각자 추진하고 있다고 해서 안 하기로 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하지만 두 달 전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금처럼 각자의 OS 전략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좀 더 업계와 소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프닝’으로 끝나는 정책은 산업계를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혼란만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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