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독재정권이 지난 주말 60여 명의 반정부 시위자를 학살했다. 홈스와 하마 등에서 금요예배를 마친 시민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자 정부군은 탱크를 동원해 무차별 포격과 총격을 퍼부었다. 올해 3월 15일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희생자가 3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시리아 국민은 20일 카다피 독재를 종식시킨 리비아의 민주화 투쟁에 힘을 얻어 “다음 차례는 알아사드”라고 외치며 죽음을 각오하고 시위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알아사드는 물러서면 끝이라는 절박감에 강경 진압에 나섰다. 심지어 인터넷 및 전화 통신망까지 끊어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제사회가 개입하지 않으면 시리아 독재자는 야만적인 자국민 학살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유엔은 리비아에 대한 무력 개입을 승인하며 ‘시민보호 책임’을 근거로 삼았다. 시민보호 책임은 특정 국가에서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비인도적 범죄가 발생할 경우 시민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시리아 독재자의 반인륜 행위는 카다피 못지않다. 알아사드는 탱크와 대포, 군함 함포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시리아 반정부 시위대의 생명도 리비아 국민과 마찬가지로 소중하다. 국제사회는 시리아에 대해서도 시민보호 책임을 적용해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달 초 시리아 정부의 유혈진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계획도 담지 않은 선언 성격의 유엔 결의안에 반대한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다. 중국은 한편으로 27일 우쓰커 중동특사를 시리아에 파견해 모든 종류의 폭력을 중단하고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이중적 행보를 하는 사이 시리아 국민의 희생이 커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세계사에 시리아 정권의 학살을 방조한 국가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시리아 정권 응징에 나서야 한다. 강국들이 리비아에서처럼 힘과 뜻을 모으면 무고한 국민을 죽이는 악독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향한 인류의 진보(進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