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꼭두각시 이대영 권한대행은 즉각 사퇴하라!”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은 1일 오전 8시 반부터 시끌시끌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정치검찰규탄·곽노현교육감석방·서울혁신교육지키기 범국민공동대책위원회(곽노현 공대위)’ 소속 2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여는 날이었다.
이들은 “이 장관이 곽노현식 서울혁신교육을 좌절시키기 위해 대변인을 권한대행으로 앉혔다. 서울행정법원에 이 권한대행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고 했다. 2일부터는 매일 이 권한대행의 출근시간에 맞춰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 이준순 신임회장이 기자회견을 했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등 20여 명이 함께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진보교육감이 대안 마련과 여론 수렴 없이 체벌을 전면 금지해 학교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이 취임하면서 시교육청 정문 앞은 다시 싸움터가 됐다. 지난해 7월 진보성향의 곽 교육감이 취임한 뒤부터 보수와 진보진영은 이곳을 찾기 시작했다. 곽 교육감은 “전교조도 교총도 아우를 수 있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했지만 체벌 금지, 무상급식 등 진보성향의 정책이 나올 때마다 두 진영은 이곳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이 극대화됐던 건 8월 곽 교육감의 후보 매수 의혹이 터졌을 때였다. 보수진영은 정문 앞에서 “곽 교육감은 교도소 무상급식(콩밥)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진보진영은 “곽 교육감의 선의를 믿는다”고 했다. 진보진영이 정문 앞 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고 보수진영은 떼는 과정을 반복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정치 이념과 가장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교육이 이념 갈등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빚어진 일이다. 어른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학생들에게 ‘제대로 배우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실력 있고 인성 바른 건강한 시민을 육성하자는 교육의 목적에는 좌우 차이가 없어야 한다.”(양성언 제주도교육감) “공교육의 시작과 끝은 학생 교육이다. 어떤 정책이든 공교육의 본질을 훼손해선 안 된다.”(이기용 충북도교육감)
기자가 민선교육감 취임 1주년을 맞아 6월 말 전국 시도교육감들에게 서면 인터뷰를 했을 때 나왔던 말들이다. 시교육청과 보수·진보진영이 모두 새겨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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