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페미니즘 운동의 대모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한국에서의 인터뷰 중 “불평만 해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어떤 일에 분노를 느낄 때 그 분노를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바람직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20∼40대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변화를 외친 박원순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무소속으로 조직이 없는 박 후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정당 조직같이 활용하면서 2040세대에게 몰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SNS 트윗당’이 거대 여당을 눌렀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한국 선거에 ‘SNS 선거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SNS의 대표적 매체인 트위터를 대상으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 기간에 나타난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 박 후보가 SNS 여론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리안은 하루 평균 1209명으로 박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리안 2377명의 절반에 그쳤다. 반면 나 후보에 대해 안티 성향인 트위터리안은 하루 평균 818명으로 박 후보 안티 성향 트위터리안 411명의 2배였다.
SNS 여론을 들여다보면 내년 총선과 대선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는 단서가 제공된다. 단 몇 분 만에 특정한 사건이 리트윗으로 대다수 트위터리안에게 전달되는 세상이다. 트위터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득표율의 8∼12%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 정국에서 SNS 이용자가 얼마로 늘어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SNS의 위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이 SNS의 위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한나라당이 향후 SNS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첫째, 겉모습이 아닌 체질과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SNS 이용자들은 개인 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타인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주제에 대해 폭발적으로 반응한다. 더구나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는 인터넷 포털과 달리 SNS는 어느 정도 집단지성의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자정 능력도 있다. 따라서 SNS를 인터넷 포털과 같은 안이한 자세로 접근하면 역풍을 맞게 된다. SNS는 상당히 자발적이고 열린 공간이며, 특성상 진정성과 자발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SNS와 관련된 외부 명망가를 영입하고 SNS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고 SNS 소통이 저절로 강화되지는 않는다. 또한 SNS를 상대방 비난과 자신의 홍보 수단으로 잘못 사용하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된다. 전 한나라당 자문위원이 트위터에서 한 여배우에게 욕설을 한 뒤 파장이 불거진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트위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기는 자발성이 결여된 SNS는 오히려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둘째, 한나라당은 2040세대가 왜 SNS를 하는지, SNS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SNS를 통한 소통이나 SNS의 수용은 고사하고 SNS를 막을 방법만 고민한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젊은층의 목소리와 요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앞장서서 듣고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디지털 노마드’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셋째, 한나라당이 진짜 변하는 것이 최상의 SNS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SNS에 어떻게 대응하고 활용할 것인가 질문하기 전에 당을 어떻게 쇄신하고 혁신할지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당을 똑바로 개혁하지 않고 SNS에만 신경 쓰면 그 자체가 SNS를 우롱하는 것임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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