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위대한 게임’엔 여러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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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지난주 인도 타지마할 인근에 있는 무굴제국의 도성 파테푸르시크리에 다녀왔다. 인도인 가이드는 아프가니스탄이 인도와 무굴제국의 일부였던 1500년대 후반에 페르시아 왕조가 헤라트와 칸다하르를 점령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큰 전투가 뒤따랐다고 지나가듯이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그렇다면 그들(페르시아)도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을 조종하는 것이 중대한 국익이라고 믿는 풋내기들의 긴 명단에 포함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 논의하는 바로 지금이 아시아의 역사를 다시 읽고, 대국들이 ‘위대한 게임’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이 지역의 패권을 두고 싸움을 벌였는지 상기할 때다. 여기엔 인도 영국 소련 미국 이란 터키 파키스탄 등이 포함된다. 아무도 이런 게임에서 장기적으로 승리하지 못했고 그들이 얻은 것은 (전쟁비용)청구서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정대로 올해 말에 미군을 이라크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자마자 각종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는 내겐 이런 선입견이 깔려 있다. 매파 공화당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를 이란에 뺏긴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공갈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이라크가 이란의 영향권 아래에 들어가고, 다시는 누구도 편히 잘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탁하건대 오바마가 옳은 결정을 했고 이란의 성직자들이 승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진영에 나를 포함시켜주길 바란다.

왜냐고? 우선 수세기의 역사는 아랍과 페르시아가 잘 지내지 못했음을 일깨워준다. 두 나라 모두 시아파 이슬람교도가 다수다. 하지만 이라크 시아파는 이란 시아파를 상대로 8년 전쟁 기간에 전의를 불태웠다.

나는 미군이 머뭇거리면서 이라크에 주둔한 몇 년간 이란이 바그다드에 실질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줬다고 확신한다. 수많은 이라크인의 좌절감과 그들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비판은 모두 미국이라는 피뢰침이 대신 맞아줬다. 이란이 이라크에서 벌인 망나니짓들도 미군 주둔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군이 철수하면 이라크인들은 자국 정부의 업무수행 능력과 이라크 정치를 조종하려는 이란 또는 다른 나라의 움직임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미군이 떠난 뒤 이라크가 민주주의를 유지한다면 오히려 이라크보다 이란에 압도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란인들은 매일 국경 너머로 자유언론과 정당 설립 및 투표의 자유를 가진 이라크인들을 보면서 놀랄 것이다. 왜 ‘열등한’ 이라크 시아파가 더 우수한 이란 시아파도 누리지 못하는 그런 자유를 누리는지 말이다.

혹자는 미국의 이라크 개입에 따른 지정학적인 승자가 이란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런 판단을 거부한다. 스탠퍼드대에서 이란 정치를 가르치는 아바스 밀라니는 “이란 정권의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은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최근 기술 발전과 맞물린 그림과 영화, 음악이 넘쳐나는 등 이슬람적인 것들과 현대적인 것들이 혼합돼 아래에서 위를 향하는 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정권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위대한 게임’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내 생각은 아프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뉴델리의 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라자 모한은 “(이 지역에서)미국이 물러서기만 한다면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역내 경쟁세력들이 서로 맞서게 한 뒤 균형을 잡아주면 된다”고 말했다. 위대한 게임을 하는 데에는 한 가지 이상의 방법이 있다. 그걸 배워야 한다.―인도 아그라에서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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