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당적 정치의식’ 주입하는 국사 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경기 김포시의 고교에 다니는 학생이 한국사 수업 내용을 녹음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정치와 이념에 오염된 중고교 역사수업의 실상이 드러났다. 해당 교사는 1일 학생들에게 고려 시대의 삼별초를 가르치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나경원 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박정희 전 대통령 등 특정 정치인과 정당을 차례로 거론하며 공격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을 준비하는 아줌마”라고 지칭하며 “미리 정치활동을 하면 영남대 재단 등 사학비리를 민주당이 들고 나올까 봐 가만히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경원 전 후보에 대해서 “1년에 피부숍 다닌다고 1억 원씩 쓰는 여자가 서민의 아픔을 알겠느냐”고 성토했다. 나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때 불거졌던 ‘1억 원 피부과’ 논란에 대해 “1억 원을 지불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날 수업은 객관적 중립적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동원해 아이들에게 파당적 정치의식을 주입하는 의식화의 장이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학생들에게 물은 뒤 “박정희 대통령은 삼성 같은 것을 키워주기 위해 농민들 자금 빼가지고 지원해줬다”면서 “경제발전을 위해 전태일 같은 사람들을 지하 공장에서 열몇 시간씩 쥐꼬리 같은 월급을 주면서 일을 시켰다”고 극단적인 논리를 폈다. 특정 지역과 노인층을 거론하며 “왜 파란색(한나라당)을 찍는지 이해가 안 돼”라고 말한 그의 양식이 의심스럽다. 해당 교사는 거친 어휘를 써가며 특정 정파에 대한 반감과 반(反)기업 정서, 이분법적인 계급사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오죽하면 이 수업을 인터넷에 올린 학생이 ‘짜증나. 어떻게 좀 처리해줘’라는 글을 남겼을까.

좌편향 역사관이 지배하는 한국 사학계가 이러한 교사들을 계속 배출하고 있다. 이들 교사가 좌편향 역사교과서를 채택해 교단에서 가르친다. 이렇게 편향적인 수업을 하는 교사가 비단 이 한 사람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수업 내용이 공개된 뒤 ‘우리 학교에서도 비슷한 수업을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역사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중립적 위치를 지키는 것을 의무로 여긴다. 한국의 역사교육에서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한 같은 일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 같다. 교육당국은 역사교사의 자질을 높이고 수업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