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 동성애 관계의 궁녀들끼리 애정의 표시로 붕(朋)이라는 문자를 몰래 몸에 새겼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한국사회에서 문신이 성행한 적은 없다. 3세기 중국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는 일본에 대해 ‘남자개경면문신(男子皆경面文身)’이라는 기술이 나온다. ‘남자는 모두 얼굴 문신(경面文身)을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 중국에서 온 문신이란 말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레즈미(刺靑)라고 해서 그들의 고유한 한자어를 쓴다. ‘이레즈미’란 제목을 가진 유명 소설과 영화도 있다.
▷한국에서 문신은 최근까지도 조직폭력배나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조폭들이 일본 야쿠자의 영향을 받아 문신을 하기 시작했다. 중국 수호지를 보면 양산박에 문신을 한 호걸들이 있다. 그들의 의리에 감명받은 일본 야쿠자가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오늘날 문신은 한국 조폭, 일본 야쿠자, 중국계 방(幇) 등 동아시아권 폭력조직에 공통된 현상이다. 가문의 문장처럼 폭력배들은 문신을 새김으로써 조직에 소속감을 드러낸다. 문신을 새길 때의 고통을 참고, 지워지지 않는 각인을 몸에 지님으로써 각오를 표시하는 것이다.
▷문신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쭈뼛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다. 고대 사회의 전사들은 적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무서운 얼굴 문신을 했다. 오늘날 조폭이 하는 문신에도 무서운 용이나 호랑이 그림이 압도적으로 많다. 상반신이나 전신에 걸쳐 사인펜으로 그린 것처럼 선명하고, 진하다 못해 검푸른빛이 감도는 문신은 보는 사람이 위화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문신을 하는 것은 자유지만 다른 사람의 기분도 배려해야 한다. 목욕탕에서 문신한 남자를 만나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고 목욕할 마음이 사라진다.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용 문신을 하고 공중목욕탕을 드나든 조폭 2명에게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범칙금 5만 원을 통보했다. 최근 조현오 경찰청장이 조폭 단속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이후 나온 조치다. 일본의 공중목욕탕이나 헬스클럽에는 ‘문신한 사람 입장 금지’ 팻말을 내건 곳이 많다. 문신한 사람이 그런 곳에 들어가면 형법상 주거침입죄로 처벌되고 주인의 퇴장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퇴거불응죄로 처벌된다. 조폭이 어둠의 세계의 징표를 함부로 내놓고 다니지 못하도록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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