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관석]법조인이 재판 복기하려 법정녹음 탈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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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5일 03시 00분


장관석 사회부 기자
장관석 사회부 기자
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에게 전용 회선을 제공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노정남 대신증권 대표에 대한 공판이 형사합의27부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방청석 왼쪽 첫째 줄에서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두 남성이 재판 과정을 빼곡하게 적고 있었다. 그들이 적고 있는 메모지에는 국내 최상위권 유력 로펌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해당 로고는 노 사장을 변호하고 있는 로펌 로고가 아니었다. 그는 또 몸 한편에는 아이폰을 두고 있었다.

이 남성은 법원 경비의 눈치를 살피더니 아이폰을 꺼냈다. 활성화 상태가 된 아이폰 화면에는 녹음 중일 때 드러나는 전화기 상단 빨간색 줄과 커다란 마이크가 또렷하게 보였다. 재판이 끝나자 이 남성은 녹음 정지 기능 버튼을 누른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방에 아이폰을 넣었다. 기자가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는 기자의 시선은 피한 채 재빨리 법정 밖으로 나갔다.

12개 증권사 대표가 검찰 칼끝에 걸려든 주식워런트증권(ELW) 비리 사건. 벌금형 이상이 확정될 경우 관련 업무에 종사할 수 없게 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한 회사 사건을 맡은 로펌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특히 형사재판부 4곳에서 진행 중인 재판 가운데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노 대표 사건이 이번 사건의 시금석 역할을 하는 만큼 로펌 관계자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변호를 맡은 대형 로펌 관계자가 법정에서는 녹음이나 녹화가 금지돼 있다는 규정까지 무시하고 법관과 법정 경위의 눈을 피해 몰래 녹음까지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법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자행되는 법정 녹음은 법정에서 진술하는 증인이나 피고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현행 형사소송법 56조의 2도 법정 녹음을 하고 싶으면 재판장에게 녹음 신청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밀 유지가 필수적인 간통 사건이나 개인 간 내밀하고 민감한 이야기들이 터져 나온 순간을 몰래 녹음했을 경우에는 인권 침해 소지마저 생긴다. 녹음 파일이 자칫 유출될 경우 불필요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도 우려된다.

하지만 국내 법정에서는 몰래 재판 과정을 녹음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법에 따라 권리를 논하는 법조계 인사라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변호를 하는 것이 옳다.

장관석 사회부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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