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록]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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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김정록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회장 CPL 대표
김정록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회장 CPL 대표
11월 11일은 흔히 ‘빼빼로데이’로 알려져 있다. 젊은 연인들은 물론이고 이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이날 손에 빼빼로를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숫자 1이 6번 겹친다는 2011년 11월 11일, 이른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로 알려지면서 제과점과 마트, 나아가 거리는 물론이고 TV 광고에 이르기까지 빼빼로데이 특수를 잡기 위한 열기가 뜨겁다. 이제 11월 11일은 연인과 친구, 가족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대표적인 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날은 또한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한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대한민국 전체 등록장애인 252만여 명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지체장애인이 사회에 당당히 일어서기 위한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21세기 원년인 2001년 11월 11일을 지체장애인의 날로 선포하고 매년 이날 전국지체장애인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11월 11일은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1’이라는 숫자가 1년 중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날로 지체장애인들이 자신의 신체적 장애 등을 이겨내기 위한 힘찬 출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1’자의 형상은 직립(直立)을 뜻해 비록 지체장애인들이 신체적 장애로 제각각의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똑바로 당당하게 세상을 활보하고픈 욕구를 표현하고 힘차게 일어난다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1’은 첫째를 의미하므로 스스로를 제일(第一) 소중한 존재로 여기고 동시에 가족과 이웃, 나아가 사회 전체를 제1의 소중한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열망을 담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은 현재 사회 전 분야에 걸친 발전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포용하는 ‘사회적 성숙도’는 아직 부족하다. 물론 복지정책과 예산은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지만 장애인들을 좌절하게 하는 물리적 장벽 그리고 차별과 편견의 낡은 벽은 아직 공고히 남아 있다. 지체장애인을 비롯한 전국의 장애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장벽과 차별에 대항해 치열하게 싸워가고 있다.

나 역시 그랬다. 중학생 때 철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후 학업 취업 결혼을 비롯해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은 장애물 및 차별과의 싸움이었다. 특히 다리를 잃은 후 주위 사람들의 동정과 ‘장애인이라 할 수 없을 거야’라는 선입견을 깨기 위해 그 무거운 의족을 차고 체육은 물론이고 교련 수업까지 해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취업한 후에는 사무실 간이침대가 가장 포근한 내 쉼터였다. 그리고 그 힘겨운 싸움을 현재의 장애인들도 힘겹게 해나가고 있다.

모든 장애인의 소망은 비장애인과 함께 이 사회에 당당히 일어서는 것이다. 동정과 ‘장애인은 할 수 없다’란 편견보다는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 11월 11일 ‘지체장애인의 날’에는 비단 지체장애인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그리고 모든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제고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정록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회장 CPL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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