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 로랑 그레코 씨는 1년 반 전에 북한을 두 번 방문했다. 고급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과 칵테일 바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해주기 위해서다. 그레코 씨는 자신이 만난 사람들은 북한의 고위 공무원들이었고 위스키에 샴페인을 섞어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그레코 씨는 탄산수 브랜드 ‘페리에’의 한국 공식수입업체가 마련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말 방한했다.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우연히 북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레코 씨의 직업은 ‘믹솔로지스트’다. 믹솔로지스트는 새로운 칵테일을 창조해 내는 사람으로 칵테일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도 아직 생소한 직업이다. 그런 그를 1년 반 전에 북한이 초대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는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시대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자신을 초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화를 벌기 위해선 관광업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북한 내부에서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유럽인까지 초청해 한 수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레코 씨는 “평양에는 호텔이 2개밖에 없었지만 공무원들은 (열악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유럽 국가의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평양에 초청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비슷한 목적으로 방북한 이탈리아인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깜짝 놀랄 정도로 프랑스어를 잘하는 북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이렇게까지 관광업 활성화에 관심이 많고, 그레코 씨 같은 최첨단 칵테일 전문가까지 초청할 정도로 해외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소식은 ‘은둔과 폐쇄의 나라’라는 기존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북한은 다른 한편으론 “탈북을 무조건 막으라”며 탈북자를 국경에서 사살하는 극단적인 폐쇄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게 ‘국경 봉쇄’라는 말까지 나온다.
쪼들리는 경제 형편 때문에 프랑스인까지 데려와 칵테일 타는 법을 배우면서 자국민은 총을 쏘아대며 꽁꽁 묶어두는 북한의 이중적 행태는 ‘유리로 만든 감옥’을 연상시킨다. 외부와 내부를 차단해 놓기는 했지만 서로의 모습을 보는 것을 피할 수 없으니까. 북한의 희망대로 관광업이 활성화돼 수많은 외국인이 찾게 되면 외부 정보가 북한 내부로 흘러들고, 내부 정보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과연 북한은 유리 감옥 같은 지금의 시스템을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까. 감옥 안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눈먼 사람들은 아닐 텐데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