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야권의 러브콜이 뜨겁다. 친(親)노무현 세력과 친야 시민단체 인사들이 주도하는 ‘혁신과 통합’은 그제 안 교수에게 범야권 통합에 참여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어제 “안 교수가 대권 결심이 섰다면 통합 대열에 서야 한다”고 거들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안 교수가 우리 진영 대표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바람을 넣었다.
안 교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내년 대선 예상 후보들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설 야권의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내년 대선을 위한 예비후보 선거전이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야권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는 인사가 대권 출마 의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아 정치권이 불확실성의 안개에 가려 있다. 안 교수가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면 그 뜻을 분명하게 밝혀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줄 때가 됐다.
안 교수는 “정치가 뭔지 공부해본 적도 없고 잘 모른다”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라는 말로 정치 참여에 거리를 뒀다. 그러나 그는 서울시장 선거 막판에 박원순 후보 선거캠프에 찾아가 ‘응원 편지’를 전달하고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현실정치 행보를 했다. 주변 인사들이 안 교수에게 신당을 권유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정치권에 뛰어들 것이 확실하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그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반(反)한나라당 비(非)민주당’이란 견해 말고는 정치 소신이나 비전을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의사 출신인 그는 컴퓨터 바이러스 연구소를 만들어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대학생을 상대로 하는 ‘청춘 콘서트’라는 토크쇼에 나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필요한 정치적 단련이나 경험은 전혀 없다. 대통령을 꿈꾼다면 역량과 됨됨이를 치밀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TV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나 ‘청춘 콘서트’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로 대통령감을 판단할 수는 없다.
안 교수는 국민이 자질과 능력, 리더십, 안보관, 사상 및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가 정치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언론 접촉을 기피하면서 정치 활동 개시를 최대한 늦춰 검증을 피하려 한다면 ‘안꼼수’ 또는 ‘무임승차 시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안 교수는 ‘안개 인기’를 즐길 것이 아니라 정치 참여 여부를 공개 천명해 정치권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면 박원순을 지원했던 현실정치 행보도 말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