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 1조 달러 나라의 한미 FTA 반대 굿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1965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6달러의 빈국(貧國)이었다. 1947년 8월 15일 독립한 인도의 1965년 1인당 GDP는 121달러. 수출 주도의 개방형 경제정책을 택한 대한민국은 1970년 279달러, 1980년 1675달러, 그리고 2010년엔 2만757달러로 생활수준을 향상시켰다. 물레질로 옷을 지어 입는 간디식의 폐쇄형 사회주의 경제를 택한 인도는 1970년 112달러, 1980년 267달러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2007년에야 1000달러를 간신히 넘겼다.

수출로 경제성장과 소득증대에 성공한 우리나라의 올해 수출입을 합친 무역액은 12월 5일경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세계 9번째로, 개발도상국에서 출발한 나라로선 중국을 빼고는 유일한 대기록이다. 1960년대 수출입국(輸出立國)을 내걸고 1964년 농수산물 위주로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대한민국이 무역을 통해 농업국에서 고도산업국가로 압축 성장한 세계의 모델국가가 된 것이다.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아직도 시장경제나 무역자유화를 ‘미 제국주의 종속’ 운운하는 일부의 시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경제의 영토를 넓히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세계 일류 기업도 개방과 경쟁이라는 도전을 통해 가능했다.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한 지 4년 반이 지났고, 미국 상하원이 인준을 완료한 지금에 와서 또 재재협상을 하자거나 황당무계한 괴담까지 퍼뜨리며 협정 비준을 반대하는 것은 국익을 내팽개치는 반미(反美)요, 반정부일 뿐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한 변호사는 반대 집회에 연사로 나와서 “한미 FTA는 이 나라의 주권을 팔아먹는, 이 땅을 식민지로 만드는 너무나 위험한 협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는 양잿물보다 위험하다’던 3년 반 전 광우병 괴담 수준이다. 1960년대 ‘자동차도 많지 않은데 경부고속도로를 만들면 부자들이 기생 끼고 놀러나 다닐 것’이라며 건설에 반대했던 사람들과도 닮았다. 그때 박정희 정부가 반대를 돌파하고 건설한 경부고속도로는 ‘경제시간’을 단축해 오늘의 무역 대국, 산업 강국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을 일본과 중국은 부러워하는데, 국내에서 한미 FTA를 무산시키려는 세력이 득세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반대세력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곳곳에 파고들어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연 산업역군 수출역군과 이들을 지원한 정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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