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부패, 도대체 안 썩은 곳이 어딘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국무총리실이 적발한 한국농어촌공사 임직원들의 비리 사례는 ‘부패의 전시장’으로 부를 만하다. 모 본부장은 직원들이 허위 출장서를 작성해 횡령한 돈을 정기적으로 상납받아 골프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업소에서 법인카드로 20여 차례 허위 결제를 하고 ‘카드깡’ 대금을 돌려받았다. 운영하지도 않는 현장사무소에 경비를 배정해 떼먹은 직원도 있다. 횡령한 돈으로 룸살롱에서 성 매수를 하고 비용을 기부금으로 처리해 세액 공제를 받은 파렴치한도 있었다.

농어촌공사의 임직원 비리가 국무총리실에 발각된 것은 올해 들어 3차례다. 농어촌공사는 직원 5300여 명, 한 해 예산 4조 원이 넘는다. 대형 공기업에서 간부 평직원 할 것 없이 부패가 관행화 일상화 만성화해 있다는 얘기다. 농어촌공사는 비리가 드러난 뒤에도 썩은 환부(患部)를 도려내기는커녕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비리 임직원들의 징계 수위를 총리실의 요구보다 한 단계씩 낮췄다.

공기업의 부패가 끝이 안 보일 정도다. 올해 6월 건설업체로부터 거액의 로비 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모 공기업 임원의 책상 서랍에선 2600여만 원의 뭉칫돈이 발견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골프장 유흥주점 안마시술소 등에서 무단으로 사용제한을 풀고 법인카드를 쓴 6개 공기업을 적발했다. 시공사에 고가의 비품을 요구한 사례도 드러났다. 부실 경영으로 빚더미에 올라앉고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행태 또한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다.

공기업 혁신을 가로막는 주범 중 하나는 ‘낙하산 인사’다.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 인사가 수장으로 ‘재취업’한 공기업일수록 대체로 경영이 방만하고 구조조정 의지가 약하다. 임직원의 부패를 감시하는 노력도 부족하다. 농어촌공사의 전·현직 사장도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낸 정치인들이다. 비리를 스스로 걸러내지 못하는 공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진부터 분명하게 책임을 물어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에 공기업을 포함한 공직사회의 비리 척결을 이뤄낼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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