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좌진 동원해 의회민주주의 짓밟는 야당 의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9일 03시 00분


어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 앞 풍경은 대의민주주의가 실종된 우리 국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야당 의원들의 보좌진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회의실 문 앞에 의자를 놓고 보초를 섰다. 보좌진은 의원의 의정활동을 돕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의원들의 회의실 출입을 막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다.

외통위 회의실은 지난달 31일부터 어제까지 9일째 야당에 점거된 상태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김선동 의원 등이 주도하고, 일부 민주당 의원은 번갈아가며 점거에 동참하고 있다. 회의실 밖에는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 10여 명이 배치돼 24시간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입을 감시한다. 이들은 여야 간에 충돌이 벌어지면 의원들을 대신해 맨 앞에 나서 몸싸움을 벌이는 돌격대로 변신한다. 상대편 의원들을 향해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의원 보좌진과 당직자가 국회 회의실 점거와 폭력에 동원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12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외통위 상정, 2009년 7월 미디어 관련법의 본회의 처리, 2010년 12월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를 놓고 여야가 격돌할 때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들은 보좌하는 의원이나 소속 정당의 뜻에 따르는 로봇처럼 행동하며 국민의 대표인 다른 당 의원에게 예의도 지키지 않는다. 충성도가 높아야 자리를 지킬 수 있으니 이들이 개입하면 자연스럽게 여야의 충돌이 커지고 과격해지기 십상이다. 조직폭력배 세계와 다른 게 무엇인가.

여야가 총선에서 한 석이라도 더 많이 얻으려고 애쓰는 것은 국회 운영이 기본적으로 다수결 원리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금 야당들은 국가에서 월급을 받는 국회의원 보좌관과 당직자까지 동원해 물리력으로 의사(議事) 진행과 표결을 방해하고 있다. 이럴 거면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소수가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횡포를 부리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어디에 또 있는가. 차제에 의원 보좌진과 당직자의 의사 개입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선진국처럼 아예 이들이 국회 회의실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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