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택동]‘王차관’ 떠난 뒤 반토막 난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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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2일 03시 00분


장택동 정치부 기자
장택동 정치부 기자
국무총리실의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활동’(자원외교)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C&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에 총리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더니 내년도 예산이 올해의 절반으로 줄어들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총리실의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자원외교 분야에 2억 원을 배정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예산 3억9300만 원보다 49.1%, 지난해 예산 4억6200만보다 56.7%가 축소된 것이다.

예산이 반 토막 난 주요 이유는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이 떠난 뒤 뚜렷한 활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첫 총리였던 한승수 전 총리는 재임기간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카타르 터키 요르단 등을 방문하며 활발한 자원외교를 펼쳤다. 박 전 차장도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카메룬 등을 순방하며 ‘미스터 아프리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박 전 차장이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옮겨간 뒤 총리실의 고위급이 자원외교 목적으로 해외에 나간 경우는 한 건도 없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자원외교 예산 중 3억1500만 원(68.2%)만 집행됐고 올해도 9월 말 현재 집행률이 36%에 불과하다.

여기에 박 전 차장과 조중표 전 총리실장 등이 C&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획득과 이후 주가 급등을 둘러싼 의혹에 휩싸인 것도 자원외교 예산 삭감에 영향을 미쳤다. 예산 심사과정에서 민주당 신건 의원은 이 문제를 거론하며 “부작용을 감안하면 총리실은 아예 이 사업을 폐지하고 내년도 사업 예산도 전액 삭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총리실이 자원외교를 맡게 된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다. 노무현 정권 말 비대화됐던 총리실을 대폭 축소하면서 주요 업무인 정책조정 기능을 없애는 대신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자원외교를 관할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에서 보듯 주요 현안들을 총리실이 맡아 처리하고 있다. 총리실의 고위급이 해외에서 자원외교까지 할 여유가 없다. 더욱이 총리실의 자원외교는 지경부, 외교통상부 등의 업무와 대부분 겹친다.

이제 총리실이 직접 나서 자원외교를 주도하기보다는 관련 부처들의 자원외교 업무를 ‘지원’하고 ‘조정’하는 본래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택동 정치부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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