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민간인들로 구성된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마련한 ‘국회의원 지역구 통합·분리안’이 공개되자 선거구를 합쳐야 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현역 의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있는 지역구를 하나로 합치면 사생결단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지역구를 늘려야 하는 곳은 선거구획정위의 원안대로 늘리고, 반대로 합쳐야 하는 곳은 선거구획정위의 의견을 무시하고 그대로 유지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기우(杞憂)가 아니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도 그랬다. 당시 선거구획정위는 최소 5곳은 선거구를 늘리고 3곳은 줄이라고 했다. 1개 지역은 위원들끼리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 방안을 넘겨받은 국회 정치관계법특위에서는 어떻게 결론을 내렸을까.
당시 여야는 지역구 3곳을 늘리고 1곳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 지역구 의석은 243석에서 245석으로 늘었다. 국회의원 정원(299명)을 늘리기 힘드니 비례대표 의원은 56명에서 54명으로 줄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구획정위는 이번에 8석을 늘리고 5석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줄여야 한다는 5석에는 3년 전에도 통합 대상이었던 부산 남구와 대구 달서구, 전남 여수시가 그대로 포함돼 있다.
정치개혁특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김정훈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외국민이 새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지역구를 상당수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부산 남구갑으로 통합 대상이다.
문제는 지역구 의원이 줄지는 않고 늘어나기만 하면서 비례대표 의원 수가 줄어드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선거에서 낙선 후보를 찍은 표가 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2005년 국회의장 직속 민간자문기구인 정치개혁협의회는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은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은 99명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17대 국회는 역주행 했다.
‘파킨슨의 법칙’이란 게 있다. 공무원의 수는 업무량이나 일의 경중(輕重)과 무관하게 일정 비율로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영국의 역사·경영학자인 노스코트 파킨슨이 이 법칙을 발표한 것은 1955년이다. 2011년 대한민국 국회가 반세기 전의 법칙을 답습해 지역구 의원만 끊임없이 늘리는 결론에 이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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