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보기술(IT) 글로벌 선두기업인 구글은 하드웨어 업체인 모토로라 모바일사업부를 인수했다. 컴퓨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HP는 PC사업부 포기를 고려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최근 급변을 거듭하며 한 치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혼란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 가지 주요한 흐름이 돋보인다. 바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다.
더욱 격해지고 있는 애플과 삼성의 특허분쟁에서도 볼 수 있듯 소프트웨어는 점점 세계 산업계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소프트웨어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왔던 우리나라 풍조와는 반대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대기업만 보더라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격을 가치보다는 개발시간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게 일반적인 관례였을 정도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우려마저 낳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글로벌 기업의 중요한 핵심 역량 중 하나가 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생각에 변화가 오지 않으면 미래 국가경쟁력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월드 베스트 소프트웨어’ 사업을 통해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인 로봇산업의 발전 방향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산업 생태계 형성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 소프트웨어의 발전 전략은 로봇산업의 핵심전략 중 하나가 돼야 한다.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 세계 로봇 강국들은 벌써부터 로봇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는 2006년 ‘MSRDS’라는 로봇 소프트웨어를 시장에 선보였고, 구글의 초창기 멤버가 창업한 미국의 ‘윌로거라지’는 ‘ROS’라는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과 협력해 안드로이드와 합쳐진 소프트웨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의미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07년 지식경제부 주도로 로봇 플랫폼 소프트웨어인 ‘OPRoS’ 개발을 시작한 이후 이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OPRoS는 복잡한 로봇 소프트웨어의 재사용성과 편리성에 역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으며 1단계 개발을 완료했다. 최근 국내 로봇회사인 ‘유진로봇’이 미국의 윌로거라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종의 로봇 운영체제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 로봇산업이 세계시장을 선점하려면 먼저 산업의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국가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확산 전략을 세워야 하며, 정부는 플랫폼 소프트웨어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시장 논리를 펼칠 수 있는 모델을 고안하고 기술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맹목적인 경쟁을 피하고 경쟁력 있는 해외 선진국과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세계 표준 로봇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급변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전략 수립과 연구개발(R&D) 기획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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