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민원]지방이전 한전 신사옥 착공의 파급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6일 03시 00분


이민원 광주대 교수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이민원 광주대 교수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2일 전남 나주시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상징인 한국전력의 신사옥 착공식이 열렸다. 본격적인 지방화시대의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2003년 6월 공공기관 이전 추진 방침이 발표된 이후 8년, 2006년 11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기공식 이후 5년 동안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두고 벌어졌던 우여곡절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제 착공식을 했다고 하니 노심초사 이 사업을 주관했던 국가균형발전위원장으로서 그간의 염려들이 정겹게만 생각된다.

공공기관 이전을 구상할 당시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만큼 극심해 수도권과 지방 모두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지역 특성화 발전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이전이 구상됐고, 이전할 공공기관을 담을 그릇으로 혁신도시를 제시했다.

한전은 광주전남지역을 에너지산업으로 특성화하는 사명을 안고 배정됐다. 이전 본사의 인원도 1425명으로 가장 많고 연간 예산이 54조 원으로 나주시의 100배, 전남도의 10배를 상회하는 등 압도적 위상을 지닌 한전의 움직임은 공공기관 지방이전 성공 여부의 시금석이 돼 왔다.

따라서 한전 신사옥 기공식의 의미는 심리 및 파급효과 면에서 메가톤급이다. 이제는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불확실성 논란이 사라지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다른 공공기관들도 더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이전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할 것이다. 드디어 혁신도시 건설의 항해가 순풍 속으로 들어갔다. 혁신도시 건설사업은 재검토, 경제성 의문, 세종시 수정안 등 숱한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불안하기만 했기에 그 불안을 잠재우는 것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경제적 파급효과는 지역민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한전 신사옥 건축 초기 약 200명으로 시작해 매일 1만 명의 인력이 일을 하고 730만여 m²(약 221만 평)에 약 8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면 자금 공급 역할도 가시화할 것이다. 특히 공공기관 청사 신축비의 40% 이상은 지역 건설사와 공동 도급해야 하므로 한전을 비롯한 사옥 건축에서 4000억 원 이상의 공사비가 지역 건설사에 돌아간다.

각종 신규 투자도 줄을 잇는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정보기술(IT) 조직과 기능을 나주통합센터로 통합하면서 수천억 원을 투입한다. 한전KDN은 전력IT연구원의 혁신도시 내 이전을 확정했고, 한전KPS는 연구개발(R&D) 콤플렉스를 건립하기로 했다. 국립전파연구원은 녹색방송진흥센터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혁신도시의 비전은 지역 특성화로 한국의 새로운 성장산업을 일으킨다는 데 있다. 한전은 관련 협력회사들과 함께 광주전남에서 새로운 에너지산업을 창출하게 된다. 농업과 정보통신, 문화예술 등의 다른 특성화 분야도 해당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것이다. 이 새로운 산업은 듬성듬성 심은 잔디처럼 퍼져 나가 다른 지역 혁신도시가 일으킨 새로운 산업과 함께 한국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기에 한전의 신사옥 착공식은 그 자체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민원 광주대 교수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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