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통합정당 창당에 최종 합의했다. 민노당이 주도한 좌파그룹 중심의 소(小)통합이다. 이들은 민주당과 합치는 대(大)통합에는 일단 반대하면서도 후보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3∼4%의 지지율을 지렛대 삼아 범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지분을 챙기는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다.
이번 통합을 주도한 민노당의 종북(從北)주의는 거의 달라진 게 없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세계의 조롱을 받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중국까지 사실상 인정하는 역사적 진실인 북한의 6·25 남침에 대해서도 “북침인지, 남침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민노당 지도부는 이명박 정부를 독재정부로 규정하면서도 주민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생지옥에 몰아넣은 북한의 반인권, 반민주 독재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일부 민노당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는 ‘일심회’ 간첩사건에, 현 정부에서는 ‘왕재산’ 간첩사건에 연루됐다.
민노당은 종북주의로 일관하고, 민노당과 손잡은 다른 정치세력은 카멜레온처럼 표변한다. 노회찬 심상정 씨는 2008년 3월 민노당 내 종북주의를 비판하며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민노당은 진보신당과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의 권력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고 했지만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 진보신당이 올해 9월 민노당과의 통합안을 부결시키자 노, 심 씨 등은 진보신당을 탈당해 다시 민노당과 손을 잡았다. 이들은 진보통합으로 포장하지만 정치적 야합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린 유시민 참여당 대표의 행보는 ‘변신의 종결자’ 같다. 유 대표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는 있을 수 없다”고 외치더니 최근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한미 FTA 하자는 말은 안 했을 것”이라고 태도를 바꾸었다. 참여당 창당 주역이었던 이병완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참여당과 민노당의 합당에 끝까지 반대했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지난해 경기도지사 선거와 올해 4·27 경남 김해을(乙) 선거 패배 이후 정치적 재기를 위해 민노당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북한은 주민을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진 체제 속에 가둬 놓고 굶겨 죽이는 반(反)인륜 집단이다. 북한의 3대 세습 체제가 21세기 역사의 진보일 수는 결코 없다. 북한의 인권 유린과 독재정치에 눈감고 일부 추종하는 행태까지 보이면서 진보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민노당 주도의 통합은 진보통합이 아니고 수구(守舊)좌파 연합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