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잠시 위축됐던 세계 원자력계가 차츰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별다른 인명사고가 없었다는 점과 원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원전 운영국 나름의 진단 결과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적 화두와 고유가 분위기 속에서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 주장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안전성 점검 및 강화 조치가 줄을 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외국 전문가를 활용한 자발적 원전 안전성 평가와 비상대응능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안전성 강화를 위한 실행계획을 채택했다. 그리고 원자력 운영국에서는 자체 점검 결과를 확인하면서 지속적인 개발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
미국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12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안전기준 강화대책 도입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한 전원 상실이나 홍수, 핵연료저장조 분야에서는 일부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자국 원전은 결정적인 결함은 없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운전 중인 원전 13기와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완료했다. 중대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없다는 내용의 점검 결과를 내놓았다.
영국 원자력규제국(ONR)도 기존 원전의 운영과 신규 건설에 대해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추진 중인 신규 원전 도입 계획의 유지를 시사했다. 특히 원전 폐지 방침을 밝힌 독일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자국의 원전에 대해 기본적으로 건전하다는 안전조사 결과를 확인했다. 스위스의 원자력안전검사국(ENSI)도 자국 원전의 안전성에는 별문제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안전리뷰 결과를 공표한 바 있다.
한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자체 점검을 통해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한 바 있고, 국제원자력기구로부터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를 받은 결과 원자력시스템이 종합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다른 회원국의 모범이 되는 우수 사례 15건을 인정받는 등 지금까지 IRRS를 받은 국가 중에서는 미국과 유사한 등급임이 인정됐다. 더불어 완전한 독립 정부기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안전규제의 독립성 전문성 투명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내년 3월에는 세계 50여 개국 정상과 주요 국제기구 대표가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 및 세계 원자력산업계 최고경영자와 원자력 관련 국제기구 대표 등 200여 명의 고위급 인사가 참여하는 원자력산업계 서밋이 연이어 개최된다. 이들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손상된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이미지, 안전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원자력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항상 따라다닌다. 원자력은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에 무섭고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남아 있다.
이제 남은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손상된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다. 하드웨어적으로 안전하다고 해서 국민이 곧바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아무리 안전성과 신뢰성, 경제성을 두루 갖추었다고 해도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원자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국민의 안도감을 높이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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