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으로 이겼던 팀에 1-2로 패했다. 9월 2일과 11월 15일에 열렸던 레바논과의 축구경기 결과다. 베트남(0-1 패)과 오만(1-3 패), 몰디브(0-0 무)에 이은 또 다른 쇼크다. 일본(0-3 패)과 레바논(1-2 패)에 패한 조광래 감독도 움베르투 코엘류와 닮은꼴이다. 변명이라면 또 요하네스 본프레러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것을 어디서 배웠는지 조 감독도 토를 달았다.
잔디와 심판, 해외파 부재 등을 패인으로 꼽았다. 대표팀 구성과 베스트 11, 교체나 전술 등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잔디 사정은 똑같은 조건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심도 편파 판정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고를 한 번 받은 구자철 선수에게 구두 경고를 하는 것에 그쳤다. 퇴장을 당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A매치에서 23명의 선수가 퇴장당했다.
해외파 부재 이유는 그나마 설득력이 있다. 거스 히딩크 이후 한국축구는 급성장했다.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 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국축구를 빛냈다. 월드컵 지역 예선과 본선에서의 역할도 이들 몫이었다. 결코 감독이 잘해서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었다. 유럽축구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이룬 성과였다. 해외파가 빠지면 진다는 공식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한번 대표팀에 들어가면 그것도 영원한 대표선수다. 벤치에 앉아 있기만 해도 그것은 유효하다. 실험 축구는 그래서 자주 일어난다. 선수와 감독의 악연도 무시할 수 없다. 86 멕시코 월드컵 때는 컨디션이 제일 좋았다는 조병득이 희생양이었다. 98 프랑스 월드컵 때는 97 K리그 득점왕에 MVP였던 김현석이 울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이동국이 울어야 했다. 이번에는 김정우가 조광래와 대표팀 악연이었다.
한국대표팀 감독은 끼리끼리 나눠 먹기도 잘한다. 1995년 한 해에만 4명(박종환 허정무 정병탁 고재욱)의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핌 베어벡 감독 이후에는 허정무와 조광래로 이어지면서 외국인 감독을 배제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일본이 알베르토 차케로니 감독(이탈리아)을 영입한 것과는 정반대다. 그렇다면 일본 출신 감독들은 다 허수아비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축구를 바라보는 눈과 귀와 가슴, 피와 땀과 눈물이 부족함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면 많은 돈이 든다. 직원들의 성과급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내년 2월 쿠웨이트와 이기거나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 최종 예선전에 진출한다고 한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고 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외파가 빠지면 또 질 테니까.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전무 시절부터 먹어왔던 욕을 또 먹으면 되니까. 숙명은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바꿀 수 있다. 그것이 한국축구를 살리는 협회의 몫이자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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