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촛불집회에 대안학교 초등학생들이 참석했다. 이는 몇 년 전 필자가 했던 인성교육에 참석한 한 어머니가 강의를 들은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반대운동’ 촛불집회에 9세 아들을 데리고 참석했는데 아들이 그날 밤부터 거의 매일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시위 팻말을 들고 거실과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다가 깜짝 놀라며 울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밤마다 깜짝 놀라 깨 횡설수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 사건이나 사물에 대한 기억들을 저장하는 하얀 종이와 같은 대뇌를 갖고 태어난다. 자녀의 대뇌에 어떤 그림을 그려 넣느냐에 따라 인생의 의미를 찾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수직문화의 사람이 되기도 하고, 재미만 찾는 가벼운 수평문화의 사람이 되기도 한다.
유아기에는 사물을 논리적으로 보는 능력이 부족해 사물 자체의 이미지가 사진처럼 그대로 대뇌에 찍힌다. 따라서 어린아이들은 빨간 것은 사과, 노란 것은 바나나, 긴 것은 기차 등으로 이해한다. 아기였을 때 백지와 같은 자녀들의 대뇌에 부모가 그려 넣은 그림들은 마치 끌로 돌판에 새긴 글씨처럼 선명하고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거의 영구적이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 그려 넣은 그림들은 희미하고 잘 지워진다.
따라서 부모는 백지와 같은 자녀들의 대뇌에 평화로운 자연의 모습과 부모와 교사의 말에 순종하고 어른 및 나라의 지도자를 공경하는 모습, 그리고 따뜻한 사랑 용서 감사와 남을 도와주는 선행 등을 그려 넣어야 선한 양심을 가진 인성이 형성된다. 그러나 불순종과 반항, 불만이 가득한 분노 등만 그려 넣는다면 사회를 파괴하는 부정적인 인성이 형성되기 쉽다. 13세 이전에 입력된 영상들은 죽을 때까지 거의 지워지지 않는다.
두뇌에 입력된 잘못된 행위는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충동을 갖게 한다. 그리고 종종 그런 행동을 모방하는데 이를 ‘모방범죄’라고 한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이런 심리상태를 ‘동일시(同一視)’라고 한다.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아들이 밤마다 깜짝 놀라 일어나 서성거린 사건은 그의 대뇌에 촛불집회에서 받은 충격적인 이미지들이 고스란히 강하게 박혔고 그 충격들이 그대로 동일시된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나이에 그가 받은 충격은 충격 그 자체다. 촛불과 시위 팻말뿐만이 아니다. 당시 법을 집행하는 공권력에 맞서 쇠파이프를 들고 경찰들을 두들겨 패고 대형 버스를 부수고 불을 지르는 폭력도 있었다.
이것들은 인성교육학적으로 세 가지 악영향을 미친다. 첫째는 어린 나이에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분노를 심어준다. 둘째는 정부의 법에 대항하는 폭력을 선(善)으로 오해할 수 있게 한다. 셋째는 나라의 지도자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심어 준다. 이런 어린이는 성장한 후에도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각을 갖기 때문에 사회나 직장에서 적응하기 힘들다. 그래서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인성교육을 위해 보여줄 것이 있고 보여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분노-불신 심어 사회적응 힘들어
대통령이 누구든 어린 나이에 국가원수의 이름이 악의 화신처럼 입력되는 것은 인성교육학적으로 지극히 나쁜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장차 성장하여 어떻게 어른과 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국가의 지도자들을 공경하겠는가.
인성교육을 받은 어머니는 다음과 같은 소감문을 남겼다. “아이는 촛불과 함께 사회에 대한 분노를 배웠고, 대통령이나 웃어른은 때려서라도 잘못을 고쳐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아들의 행동에서 그의 암울한 장래를 보았다. 미련한 엄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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