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진욱]애플, 위안화 결제 허용하면서 원화는 왜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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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정진욱 산업부 기자
정진욱 산업부 기자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살 수 있는 통화로 중국 화폐인 위안화를 추가했다. 애플 중국지사는 21일 공식적으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치로 중국의 아이폰, 아이패드 이용자들은 자국 내 20개 이상의 은행에서 발행한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로 앱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위안화 외에 미국 달러화는 물론이고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로도 앱스토어에서 앱을 살 수 있게 했다. 해당 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의 이용자들은 비자, 마스터 등 해외 지불이 가능한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이런 신용카드가 없으면 결제가 불가능하다.

환율 변동에 따라 실제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달라진다. 하지만 중국의 앱 개발자들은 위안화의 가치와 무관하게 앱으로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중국 스마트폰 이용자들도 환율을 신경 쓰지 않고 안정적으로 앱을 살 수 있다.

애플이 결제통화로 위안화를 추가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다. 애플은 달러 외에 특정 통화를 허용하는 국가를 선택할 때 자사의 ‘콘텐츠 장터’인 아이튠스 안에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는 뮤직스토어 카테고리를 개설한 나라를 우선 검토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아이튠스뿐 아니라 앱스토어도 정상적으로 이용하기 힘들다. 중국 정부가 10만 개의 앱을 판매 금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애플이 자사의 고유한 정책에 예외를 인정한 첫 사례다. 애플로서는 오른쪽 뺨을 맞아도(앱 10만 개 판매 금지) 왼쪽 뺨을 내밀 만큼(위안화 결제 허용)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은 아직 한국 원화로 결제를 허용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한국은 애플의 라이벌인 삼성전자의 텃밭일 만큼 중요한 승부처이지만 시장 규모 자체가 작다. 애플은 올해 3분기에만 2200만 대의 아이폰을 중국 시장에서 팔았지만 한국에서의 누적 판매량은 400만 대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의 국제적 지위도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시장 중요도로 특정 국가에만 ‘예외’를 허용하는 애플의 태도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구글도 과거 애플과 같은 방식으로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앱을 살 수 있게 했지만 올해 국내 통신사와 협약하고 원화로 앱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구글은 한국에서 안드로이드폰이 중국만큼 많이 팔려서 이같이 결정했을까. 애플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

정진욱 산업부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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