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8년째 국어 과목을 가르치면서 문학 작품, 그중에서도 현대시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현대시는 다른 문학 장르와 달리 함축적인 의미를 가진 시어가 많아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형식적인 특징에 대한 이해가 따르지 않을 경우 작품에 대한 감상이 반쪽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현대시를 어렵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현대시에 올바르게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학 작품에 대한 감상은 그 작품을 읽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다. 이러한 것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해 옳고 그름을 나누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은 잠시 접어두자.
우리가 문학 작품을 감상하고,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평가하는 것은 보편적인 감상과 해석의 틀을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시 학습에 있어서도 누구나 다 인정할 만한 보편타당한 해석을 많이 접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조건 해설서에 의존하면 안 된다. 일단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 이를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해석과 비교해 봐야 한다.
이 경우 둘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때는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다시 작품을 감상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현대시를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한 번 길러진 ‘감상의 힘’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낯선 작품이나 다른 장르의 문학을 만나도 힘을 발휘한다.
현대시는 다른 어떤 문학 장르보다도 현대시만이 가진 형식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식은 학습을 통해 쌓을 필요가 있다. 현대시에서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수사법, 내용, 시상 전개의 특징, 음악적 회화적 요소 등 시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직접 찾아봐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러한 시에 대한 지식을 쌓아놓으면 고학년이 돼 낯설고 새로운 작품을 만나도 쉽게 그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형식적 특징을 아는 것 못지않게 주제 의식을 파악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대시는 그 작품의 길이가 짧든 길든 간에 그 자체로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이다. 작품에는 말하는 사람, 대상, 배경이 있으며 말하는 사람이 처한 상황이 있다. 이런 모든 것을 감안해 화자가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야 올바르게 감상할 수 있다.
문학이건 비문학이건 모든 종류의 독해 활동의 최종 목적은 주제 의식 파악이다. 따라서 하나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이를 위한 상황 설정, 표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자습서의 설명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습서에 제시된 설명에 스스로 동의하는지,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떤 부분에서 그러한지를 꼭 생각해 봐야 한다. 현대시의 올바른 감상은 학창시절 시험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인간 삶에 있어서 문화적 사고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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