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환수]괴담, 구설 그리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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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롯데 자이언츠 배재후 단장의 전화다. “아이고, 와 이카십니까. 팬들 등쌀에 죽겠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동아일보에서 그렇게 써뿌니….” 롯데는 간판타자 이대호를 잡는 데 실패했다. 프로야구에서 9시즌을 채워 ‘직장 선택의 자유’를 얻은 자유계약선수 이대호는 롯데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일본행을 택했다. 롯데가 4년간 보장금액 80억 원, 성적에 따른 옵션을 포함해 총 100억 원을 베팅했는데도 말이다.

100억 원은 박찬호가 한창 때 받은 연봉(약 1300만 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국내에선 사상 최고 몸값이다. 은퇴한 심정수가 삼성과 4년간 총액 60억 원에 계약한 게 그동안 최고 기록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200년 이상 일해야 하고, 천하의 이대호라도 올해 연봉(6억3000만 원) 기준으로 15년 이상 뛰어야 만질 수 있는 거액이다.

그럼에도 이대호가 일본행을 택한 이유는 뭘까. 이대호는 “선수로서 더 큰 꿈을 좇겠다”고 했다. 물론 괄호 속 이유에는 오릭스가 2년간 100억 원을 주겠다고 한 제의가 들어 있다. 김태균 이범호처럼 적응을 못하면 국내로 유턴하면 된다.

반면 사랑하는 ‘돼랑이(돼지+호랑이·살은 쪘지만 호랑이처럼 날렵한 이대호의 별칭)’를 떠나보내야 하는 팬들 중 일부는 색다른 이유에 주목했다. 그들은 “짜고 친 고스톱이다. 롯데는 이대호를 잡을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이대호도 처음부터 떠날 계획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롯데는 협상 테이블에서 남부끄럽지 않게 베팅이나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대호가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뒤 불과 7000만 원 때문에 연봉조정 신청을 하게 된 지난겨울 일까지 거론했다. 본보는 이 과정을 누리꾼의 글을 인용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배 단장과 통화를 막 끝낸 순간 인터넷엔 눈이 번쩍 뜨일 기사가 또 보였다. 김성근 전 SK 감독이 이만수 현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렸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감독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만수는 내가 그만둔다고 했을 때, 해임됐을 때, 구단에서 감독대행을 맡아 달라 했을 때 전화할 세 번의 타이밍을 모두 놓쳤다. 도리도 모르는 아이인데 그 다음에 전화해봐야 뭐하나”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이 감독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식 사령탑에 취임하고 난 뒤 김 감독님께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안 받아주셨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본보는 이 과정도 충실히 전했다.

롯데와 이대호의 ‘짜고 친 고스톱’은 확인이 안 되는 괴담 수준의 얘기다. 김 전 감독의 구설수는 너무나 사적인 것이다. 공인이 언론에 대놓고 할 얘기가 아니다. 이로 인해 팬들은 서로 갈라져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있다.

둘 다 독자들을 확 끌어들일 수 있는 가독성 높은 얘기이긴 하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본보는 두 기사 모두 안 썼을 가능성이 높다. ‘짜고 친 고스톱’은 추론이다. 롯데를 깎아내리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 김 전 감독의 경우 그 정도면 막말도 아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의 스타일이다. 사실 우리 기자만 취재한 내용이라면 그냥 덮어둘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둘 다 정보의 바다에서 먼저 공개됐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나 알려져 봐야 별로 득이 안 될 내용이라도 독자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여과 없이 전해지는 세상이다. 결국 본보도 보도를 택했다. 많은 생각을 한 하루였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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