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헌진]中, 탈북자 한국송환 언제까지 ‘모르쇠’ 할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이헌진 베이징특파원
이헌진 베이징특파원
기자는 2009년 10월 24일 중국 정부가 출국절차를 질질 끌어 한국공관 탈북자들이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협조를 당부하지만 중국은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 중인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3일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 “통일부 장관으로 탈북민의 안위와 그들의 국내 입국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를 이해해 주고 지지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부장과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상무부부장에게도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달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방한한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부총리에게 같은 취지의 협조를 당부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7월 방중해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베이징과 선양 총영사관에 있는 국군포로 가족 5명을 한국으로 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의 고위층들이 이렇게 나서지만 진전은 전혀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공관 진입에 성공한 탈북자들은 이르면 3개월, 늦어도 6개월이면 한국에 올 수 있었다. 그러나 2009년경 1년을 넘기는 경우가 생기더니 현재는 3년 가까이 되는 탈북자들이 있다. 사선을 넘은 이들은 ‘감옥 아닌 감옥’에 다시 갇혀 있다. 이들 가운데는 한중 정부 간에 특별대우를 해준다는 묵계가 있어온 국군포로 가족들도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공관을 무장경찰로 에워싸는 것도 모자라 이미 공관에 들어온 탈북자의 출국마저도 허락하지 않는 것은 ‘한국공관에 들어가 봐야 소용없다’는 인식을 탈북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이 통했는지 공관에 진입하는 탈북자는 나날이 줄고 있다. 한때 한 해에 수백 명에 이르렀지만 현재는 한참 못 미친다. 탈북자들은 그 대신 대륙을 가로질러 동남아 등지로 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지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한중 양국은 공관 진입 탈북자들에게는 한국행을 허락한다는 묵계 아래 그동안 민감한 탈북자 문제를 큰 탈 없이 처리해왔다. 한국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가급적 조용히 다뤄온 이유는 북한을 의식해야 하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의 태도는 우리의 성의를 중국이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비인도적이다.

이헌진 베이징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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