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성철]교통사고 냈는데 벌점까지 면제하자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박성철 경찰교육원 교수
박성철 경찰교육원 교수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는 우리에게 편리하고 유익하지만 사고로 이어지면 참혹한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때문에 더 주의가 요구되고, 특히 음주운전 등 교통사고와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법규위반 사범을 경찰이 집중 단속하는 궁극적인 이유도 바로 이런 참혹한 교통사고를 미리 예방하겠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특례조항에서 눈여겨볼 것은 주요 법규 위반(신호위반 등 11개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종합보험에 가입만 하면 처벌을 면제해 주는데 이런 사건을 흔히 공소권 없는 사건이라고 한다.

최근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런 공소권 없는 사건은 운전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므로 범칙금(속칭 스티커) 및 면허벌점 부과를 모두 면제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전자의 주장과 견해를 달리한다. 경찰은 평소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교통법규 위반자를 집중 단속한다. 그런데 법규 위반을 넘어 정작 교통사고까지 발생하게 한 운전자에게 범칙금 및 면허벌점 등 모든 행정처분을 면해 주자고 하는 주장은 위의 11개항 교통사고를 제외한 모든 교통사고는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형사처벌되지 않으므로 행정책임도 당연히 면제해 주어야 한다는 것 같다. 하지만 안전한 교통문화의 정착을 유도하는 경찰의 치안정책적인 관점에서 좀 더 심사숙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 시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11개항 사고가 아니라고 해도 순수하게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사고에서 버스 등에 탑승한 피해자는 부상으로 병원생활을 하면서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장애와 고통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자기 과실로 사고를 유발하고도 형사상 행정상 어떠한 불이익과 양심적 고통, 죄책감도 없이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사고 운전자의 모습은 사고의 피해로 고통스러워하는 피해자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이 오늘의 교통사고로 나타나는 가장 큰 모순된 현실이다.

물론 법에서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니 행정처분도 당연히 면제하자는 논리는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경찰이 단순 법규 위반자에 대해 사고 예방 측면에서 강력하게 지도, 단속하는 취지에서 볼 때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에게 형사 및 행정상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면 이는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법감정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는 정책이 될지 의심스럽다.

또한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싶은 국민은 사고 운전자가 더욱 교통법규를 잘 준수할 수 있도록 경찰의 공평하고 합리적인 지도 단속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정책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합리적인 기준에서 시작돼야 한다. 특히 안전한 교통문화의 정착과 교통사고의 예방적 측면의 치안정책적인 고민이 충분히 고려되기를 기대한다.

박성철 경찰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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