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의 최모 부장판사는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킨 직후 페이스북에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 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물의를 빚자 삭제했다. 그는 한미 FTA에 들어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가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한다고 문제 삼았다.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었다’는 표현은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의 을사늑약 발언을 연상시킨다. 최 부장판사의 과격한 글은 법관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여지가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e메일과는 달리 원하면 누구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적인 공간이라고 하기 어렵다. 술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웅성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독일과 같은 나라들은 공직자에게 SNS 사용 자체를 금하고 있다.
최 부장판사가 태어나던 때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몇백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금 2만 달러 이상으로 커졌다. 자유로운 국제무역과 튼튼한 국가안보에 힘입은 바 크다. FTA처럼 국회 비준을 받는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것으로 체결 당사국이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진다. 최 부장판사의 견해대로라면 조약을 맺는 모든 나라가 조약에 구속돼 주권을 침해당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FTA를 맺은 칠레와 유럽연합(EU)에도 사법주권을 침해당했다는 말인가. 한-칠레, 한-EU FTA 때는 조용하다가 한미 FTA만 문제 삼는 것은 편향된 반미(反美) 의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최 부장판사는 이른바 진보성향의 ‘우리법연구회’ 회장이다. 그의 글에 동료 판사들을 비롯한 13명이 ‘좋아요’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 중에는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던 법관도 들어 있다. 사법부 내에 판사들의 이념서클이 존재하다 보면 판사와 판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를 수 있다.
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의 튀는 판결과 편향된 글을 언제까지 두고 보아야 하는가.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2005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원에 우리법연구회 같은 단체가 있어선 안 된다”고 답변해 놓고는 정작 취임 뒤에는 “해체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묵인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소명의식을 갖고 우리법연구회 해체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