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향한 공세를 시작했다. 안보에서부터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아시아의 문제에 미국은 지도자의 역할을 대놓고 하려 한다.
미국이 왜 공세를 시작했을까? 우선 중국에 대한 심한 초조감 탓이다. 스스로는 쇠락하는데 중국은 계속 굴기(山+屈 起·떨쳐 일어섬)하는 것을 미국은 걱정한다.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 세계 곳곳에서 미국에 도전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 중국의 굴기가 동아시아 각국의 안보에 새로운 불안요소가 된다. 동아시아는 중국의 굴기에 대한 우려로 충만하다. 동아시아는 미국의 패권에 익숙하다. 따라서 이들 국가는 미국의 전면 개입이 스스로에게 유리하다고 본다. 미국과 중국 간 어느 정도의 지정학적 경쟁은 군사 대결까지만 가지 않으면 자국에 나쁠 게 없다고 보는 것이다. 아세안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호주든 곳곳에서 미국이 개입 범위를 넓혀 중국을 제어하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고 있다.
마지막은 중국 외교의 문제다. 세계와의 관계를 굴기 이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중국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베이징은 ‘평화 굴기’를 견지해 왔지만 중국 매체와 여론에서는 민족주의, 심지어 국수주의적 정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또 정책 집행과정에서 관료주의와 이에 따른 ‘독선적인 모습’은 ‘평화 굴기’라는 국가 이미지를 망치고 미국의 의심과 지역 국가들의 불만을 가중시킨다.
싱가포르국립대 키쇼어 마부바니 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종료 뒤 미-중 양국의 지정학적 대결 분위기는 높아졌다고 단언했다. 중국은 ‘잠자는 호랑이’인 미국을 깨우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호랑이는 깨어났고 바야흐로 새로운 대(大)결투가 시작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또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새로운 변화를 어디까지 추구할 것이냐’다.
학계와 언론에서 예측이 분분하지만 미국의 공세에 중국이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중국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대외관계를 조정할 것이다. 굴기의 속도 때문에 발생한 현기증으로부터 깨어날 것이다.
현재 베이징에서는 이번 중-미 간 대결과 주변 전략 환경의 악화에 관한 토론이 무성하다. 중국 지도층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굴기는 지역 경제에 발전과 번영을 가져왔다. 중국은 거의 모든 국가의 최대 무역상대국이다. 또 진심으로 평화 굴기를 원한다. 게다가 상대 국가와 상호 이익을 추구한다는 국가 이미지를 세워왔다. 그런데 왜 중국의 굴기가 여전히 많은 국가의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나. 지역의 경제 공헌도가 미국을 훨씬 능가하지만 외교는 왜 고립되는가.
중국인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중국이 일련의 ‘핵심이익’(중국 정부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이익. 대만, 남중국해, 티베트 문제 등이 대표적임)을 선포해 왔지만 왜 이 ‘핵심이익’에서 수시로 좌절하고 오히려 더욱 궁지로 몰리는지를. 왜 최근 10년 동안 외교에서 중국의 이익은 점점 더 수호받지 못했는지를.
중국은 외교 문제에서 반성의 시기에 직면했다. 중국인은 우선 미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을 원망할 필요가 없다. 먼저 해야 할 것은 어떻게 자성할 것이냐다.
현재 중국은 권력 교체기라 외교에서의 문제점을 철저히 자성하고 새롭게 하려 해도 쉽지 않다. 다만 외교 문제에서 실용주의로 이름난 중국은 분명 모험을 하지도 미국에 대항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 미국의 공세로 중국의 외교 시스템과 정책 관념 등 여러 방면에서 변화가 있다면 중국에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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