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정, 정규직 전환 엄벙덤벙 결정할 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 34만여 명 가운데 최대 9만7000명을 내년부터 무기(無期) 계약직으로 전환해 사실상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어제 내놓았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법적 강제수단이 없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을 보였고 경영계는 “고용 경직성만 심화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한나라당은 “시정이 시급하다고 공감하던 문제”라고 말했지만 여당이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엄벙덤벙 인기 전략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2007년 시행에 들어갔지만 정규직에 비해 더 많이 일하고 급여는 적게 받는 비정규직의 처지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계속 커지다가 올해 들어 주춤한 상태다. 비정규직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적용비율도 별로 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대부분이 고용을 늘리기도 어렵고 정규직 전환도 힘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급 여력이 개선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공공 부문의 정규직 전환을 따라가기 벅찰 것이다.

주로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들이 임금과 복지, 정년 등에서 과도한 보호를 받고 이를 강화하다 보니 비정규직의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해졌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정규직 노조가 장악한 대기업의 임금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완화하려면 정규직 고용보호 수준을 선진국처럼 낮추는 유연화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정규직 고용 경직성을 완화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서도 정규직 과(過)보호를 깨야 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민예산 증액과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도 최대 3조 원이 들어가는 복지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326조 원의 내년 예산안을 짤 때 숱한 당정 회의에 참여했다. 복지예산은 사상 최대인 92조 원에 이른다. 그러고도 두 달 만에 예산안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면 그 이유를 국민 앞에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선거용 복지예산 편성 요구를 단호히 뿌리쳐야 한다. 단임 대통령이 차기 선거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 취임사에서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는 전사(戰士)가 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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