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심사 거부’ 민주당이 민생정당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에 반발한 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심사를 전면 거부하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의 파행이 일주일째를 맞았다. 어제도 계수조정소위에 민주당 소속 위원 4명이 불참해 30여 분 만에 정회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장외 투쟁을 하되 예산심사를 병행하자는 합리적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강경투쟁론에 묻혀 버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의 법정처리 기한(12월 2일)을 2003년 이후 8년째 넘기게 되고,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12월 9일도 지키기 어렵다.

국회의 예산심사는 국민의 살림살이와 직결된 최대의 민생 현안이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복지 수요 등을 놓고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토론과 논쟁이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의 주무대가 국회라며 원내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소 민생을 입버릇처럼 앞세우던 민주당이 예산심사 현장을 내팽개친다면 민생 정당이라는 구호가 공허하다. 예산심사 파행이 계속되면 나중에 시간에 쫓겨 의원 지역구 예산만 끼워 넣는 졸속 심사가 이뤄질 게 뻔하다.

민주당은 국회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당내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야권통합 논의에는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27일 밤 만나 ‘선(先)통합 결의, 후(後)지도부 선출’이라는 중재안에 의견을 모았다. 친노(親盧) 세력이 주축인 혁신과통합도 이 방안에 공감하고 있지만 야권 통합정당을 만들려는 세력들이 어떤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민주당과 정치화한 시민운동세력은 물밑에서 정당 지분을 놓고 주도권을 다투는 모습만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함께 주도한 불법시위 현장에서 시위대가 경찰서장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민주당은 경찰이 시위대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10·26 재·보궐선거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한미 FTA 비준 이후인 11월 넷째 주 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전주 대비 1.3%포인트 상승한 31.2%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에 민주당은 1.8%포인트 하락한 23.9%를 기록해 양당 격차가 7.3%포인트로 벌어졌다. 예산 심사를 보이콧하고 거리로 뛰쳐나간 민주당이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폭력시위대의 불법을 방조할수록 국민의 지지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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