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생인권조례 부결한 전북도의회 옳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전북도의회 교육위원들이 전북도교육청이 제출한 학생인권조례안을 부결했다. 김승환 교육감이 지난달 도의회에 제출한 학생인권조례안은 학생들의 교내외 집회 허용,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 정정 및 삭제 요구 가능, 소지품 검사 반대 가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위원들은 조례안이 학생 권리만 강조하다 보니 교사의 권위와 책임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 교권 침해가 늘어나는 현실도 교육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안 부결은 학교 정상화와 학생 장래를 고려한 올바른 결정이다.

교육위원들은 학생들의 교내외 집회 허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판단 능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 학교 안팎에서 집회를 벌일 경우 그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질되고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학생 소지품 검사를 못하게 하는 방안도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소지품 검사는 학교 폭력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학생 지도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학생들이 흉기나 음란물을 갖고 다녀도 단속하지 못한다면 교사들에게 학생 지도를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학생들에게 생활기록부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방안은 교사의 평가 권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일 뿐 아니라 학생부 내용이 상급학교 입시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입시부정 의혹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법학자 출신인 김 교육감은 지난해 9월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사립고 지정을 임의로 취소했다가 이들 재단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는 학업성취도 평가 반대 등 이념 지향적 정책을 주도했다. 전북도의회는 민주당 등 야당 성향이 우세하다. 전북도의회 교육위원들은 김 교육감의 지나친 독주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교육감의 자제가 따라야 한다.

곽노현 교육감의 구속으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곽 교육감 때 마련한 학생인권조례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내용을 담은 조례안이 주민 발의로 서울시의회에 제출돼 있다. 서울시의회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다. 서울시의회 의원들도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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