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사를 배우고 싶어 하는 도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542만 명이다. 이와 함께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712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했다. 2010년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들 중 64%가 공기 좋은 시골에 가서 농사로 소일을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시골에 가서 농사를 하면서 즐기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농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힘에 부칠 수도 있고, 농사일을 몰라 그럴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제대로 알아야 다음을 준비할 여유가 생기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엄두를 못 내고 여유로운 생활이 아닌 지긋지긋한 생활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서 전원생활 또는 시골에 가서 살고 싶은 사람은 틈틈이 시간을 내 도시 근교에서 부담 없이 농사를 배우고 물어볼 수 있는 영농 선생님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도심 티칭팜’이다.
티칭팜은 농업 관련 전문 퇴직자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농업 지도직과 연구직 등 농업 관련 종사자의 전공을 살려 소규모로 운영하는 농장이다. 티칭팜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유휴지를 제공하고 작목별 영농 선생님을 확보해 운영한다. 일정 부분을 정부가 지원해 시범포장도 만들고 희망자에게 영농수업을 받게 한다. 티칭팜은 가급적 도심에 만들어야 직장인이나 주부가 쉽게 농장에서 실습을 할 수 있다. 영농기술은 물론 유통, 가공, 판매까지 배울 수 있다.
티칭팜이 활성화되면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전원생활과 농사에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아울러 전원생활이 보다 여유롭고 농사에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배운 농사가 먼 훗날 아주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다.
티칭팜을 통해 농사일에 자신감이 생기면 나이가 들어 운동 삼아 하는 농사일을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고 적지만 경제활동도 가능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안정된 생활은 자식들의 부담도 줄여 줄 수 있다. 아울러 가고 싶어도 늘 농사가 어렵다고 망설이고 있는 퇴직자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 농촌생활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농업과 농촌도 큰 힘을 얻게 된다.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들을 흡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과 일자리가 농업과 농촌을 통해 제공될 수 있다. 젊은 전문 영농인들은 대규모 상업농인 반면 은퇴 후 영농은 전문영농인의 서포터스가 될 것이다.
10년 후에 과연 누가 농사를 지을 것인가, 지자체마다 큰 걱정이라고 한다. 지금 시골에서 묵묵히 농업과 농촌을 지켜온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대를 이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농업과 농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자신의 건강은 물론이고 농촌을 위해, 나라의 경제를 위해, 자식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역시 생산적인 일에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놀지 않고 일을 할 때 건강한 노후와 함께 국가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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