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노지현]광우병 괴담 무서워 1년간 ‘쉬쉬’… 불안감만 키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일 03시 00분


노지현 교육복지부 기자
노지현 교육복지부 기자
‘국내에 첫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했다.’ ‘인간광우병 환자를 정부가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있어 사망 사실을 숨겼다.’

지난달 29일 의인성(醫因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 환자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인터넷을 달군 ‘광우병 괴담’이다. 이 환자가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과 무관하다는 정부 설명이 나오자 수그러들긴 했지만 또 다른 괴담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데에는 보건당국의 책임도 크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에서 첫 iCJD 환자가 나왔다는 사실을 1년간 숨겼다. 지난해 11월 환자가 사망한 이후 검사가 진행됐고, 올 9월 말 잠정결론이 나왔다. 그렇지만 보건당국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환자를 담당했던 한림대병원 김윤중 신경과 교수가 11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보건당국도 할 말은 있다는 반응이다. 늑장대응이란 지적에 질병관리본부는 “추가 사례나 질병력을 확인하려 했으며 자문회의를 거쳐 발표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숨기려고 했으면 학술지에 나오게 했겠느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국제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사실상 검증이 끝났다는 뜻이다. 추가 조사는 필요하겠지만 결과는 확정된 셈이다. 문제가 된 독일제 뇌경막을 이용해 수술 받은 환자를 파악하지도 못하는데 그 모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기도 쉽지 않다. 보건당국의 해명대로라면 언제 조사결과가 발표될지는 기약할 수 없다. 이런 지적에 복지부 관계자는 “타이밍에서 좀 실수가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워낙 광우병 괴담에 시달려온 터라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정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그 결과는 보건당국이 의도했던 것과 정반대로 나왔다. 보건당국의 공식 설명이 나오기 전부터 일부 언론은 “광우병 소로 만든 뇌경막을 썼을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방송에서 했다. 그러나 사람의 시체에서 적출한 뇌경막이 진실이었다.

뒤늦게 복지부가 수습을 하려는 듯하다. 복지부는 1일 전문가 회의를 열고 역학조사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크게 놀란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뒤늦은 해명은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보건당국은 이 점을 새겨야 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도 솔직하지 못하면 죄다.

노지현 교육복지부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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